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23곳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23곳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기획재정부가 29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2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면제된 사업의 규모는 총 24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뛰어 넘는 액수다. 수도권에 비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쉽지 않은 지방에 면제 혜택을 줌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게 핵심 취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고 연구개발 투자 또한 수도권에 편중되어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워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사람이 모여들지 않은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업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예타 면제 수혜지역 ‘환호’

면제를 받게 된 사업은 총 23곳 24조1,000억 규모로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에 분배됐다. R&D 투자 등 지역전력산업 육성 3조6,000억, 도로·철도 확충 5조7,000억,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10조9,000억, 주민 삶의 질 개선 4조원 규모의 사업들이 예타 없이 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면제사업 중 단일규모로 가장 큰 것은 남부내륙철도 사업이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이 사업은 4조7,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정됐다. 이어 평택-오송 간 병목현상 해소를 위한 철도 복복선화 사업이 3조1,000억 원으로 다음이었고, 청주공항과 제천을 잇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이 1조5,000억 원으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예타 면제를 약속했던 울산 외곽순환도로(1조원), 석문국가산업단지 인입철도(9,000억원),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8,000억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7,000억원) 등도 작지 않은 규모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은 예타 벽을 넘기가 무척 어렵다”며 “수도권과 지방이 같은 기준으로 재단되어서는 안된다”고 했었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주요 사업 내용과 예산규모.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주요 사업 내용과 예산규모. /기획재정부

이번 발표로 수혜를 입게 된 지역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은 “울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울산 외곽순환도로 건설과 공공병원 건립이 드디어 확정됐다”고 했고, 같은 당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은 “도민들의 수요가 아주 높은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됨에 따라 일정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 ‘선심성 퍼주기 vs 지역균형발전’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소속 의원들도 성과를 알리는데 분주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은 “전남 발전을 위해 협력해주신 이해찬 대표께 감사드린다”면서 “전남과 목포 발전의 견인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 역시 “예타 면제로 연도교 사업이 재개 되면 지역관광 사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의원들도 공개적이진 않지만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다만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퍼주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면제된 사업 외에 예타 통과가 유력한 수도권 SOC 사업을 포함하면 규모가 30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사업이 진행되면서 추가예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토목건설로 경기부양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전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과거 예타 면제 사업들 상당수는 엄청난 국고부담만 남기고 실패한 바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예타 면제로 ‘옜다 한 표’를 받으려는 것이냐”며 “내년 총선을 겨냥한 교활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지자체가 제안한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보텀업으로 추진했다. 환경·의료·교통시설 등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을 포함했다”며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4대강 사업 및 30대 선도 프로젝트와는 사업내용과 추진방식 등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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