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그는 1심 재판부로부터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급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도 위기에 처해진다. 공직선거법상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정치 무대에 복귀하기까지 10년이 걸린다. 

◇ 공범 판단에 결정타 된 텔레그램 대화 내용

김경수 지사는 1심 선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 자백에 의존한 유죄 판결은 이해도, 납득도 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 법원은 지난해 8월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만 해도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1심 재판부에서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뭘까. 바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가 대화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의 캡처 화면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면, 드루킹은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기사 목록 8만건을 텔레그램을 통해 김경수 지사에게 보냈다. 이에 김경수 지사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고맙다”고 답하며, 같은 기간 11건의 기사 링크를 드루킹에게 보냈다. 해당 기사들은 ‘AAA’로 표시돼 시급하게 처리됐다.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와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경수 지사 측은 드루킹에게 보낸 답변이 ‘형식적’ 인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1건의 기사를 보낸 것도 약 18개월 동안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거에 킹크랩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을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김경수 지사가 확인도 안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수만 건의 기사 목록을 전송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기사 링크를 전달받은 드루킹이 “처리하겠다”고 답했을 때 김경수 지사가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았다는 점도 ‘승인’으로 해석됐다. 

재판부에서 내세운 유죄 근거는 또 있다. 김경수 지사가 2016년 11월 느릅나무 출판사에 방문한 사실이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드루킹이 이끄는 경공모(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 회원들이 ‘산채’라고 부르는 아지트다. 김경수 지사는 이날 “킹크랩 시연을 본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사이트 접속 기록 등을 보면 “김경수 지사의 방문일에 맞춰 시연 준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킹크랩 시연을 본 것으로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경수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를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로 해석했다. 당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 뉴시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경수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를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로 해석했다. 당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 뉴시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직접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로그 기록이 있다고 해서 시연회가 있었다, 시연회에 김경수 지사가 참석했다고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연결고리가 드루킹 일당의 진술인데 이 진술은 오염됐다”고 반박했다. 구치소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핵심 조직원들의 메모장 등에서 서로 말을 맞춘 정황들이 발견된 것. 당황한 조직원들은 법정에서 진술을 일부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드루킹 일당의 진술 일부가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선 재판부도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김경수 지사 측이 제기한 드루킹 일당의 사전 모의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모 씨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도리어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에 대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래해선 안 되는 공직을 제안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댓글조작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 “성창호 부장판사, 감정적 판결 아니냐”

김경수 지사 측은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여당도 정면 대응 방침을 세웠다.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법부 인적 청산을 예고했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는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판결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으로 ‘양승태 키즈’라 불린다. 사법농단 사건 관련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따라서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성창호 부장판사가 ‘감정적 판결’을 내린 것으로 의심했다. 허술한 드루킹의 주장을 사실상 100% 받아들였다는 점, 양형 역시도 통상적인 경우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의심을 더욱 키웠다. 그의 말처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는 실형이 확정된 사례가 거의 없다. 특히 현직 지사의 경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도정 업무 공백을 고려해 구속하지 않는 게 통상적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고등법원 판사 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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