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반도체용 화학물질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30대 노동자가 지난해 12월 29일 사망했다. /뉴시스
삼성SDI 반도체용 화학물질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30대 노동자가 지난해 12월 29일 사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삼성SDI 반도체용 화학물질 연구원으로 일했던 30대 노동자가 또 백혈병으로 숨졌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삼성SDI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황모(32) 씨가 지난달 29일 사망했다.

반올림은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랐지만 또 다시 한 노동자가 가족을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도 역학조사 여부조차 알려오지 않았다. 결국 공문 한 장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2014년 5월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 클린룸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반도체용 화학물질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황씨의 작업 공간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다양한 발암물질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황씨는 아무런 보호 장치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게 유족과 반올림의 설명이다. 수동 작업으로 일했던 황씨는 보호도구는 물론 환기도 안 돼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 일했다. 사전에 안전교육 또한 없었다고 반올림 측은 덧붙였다.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황씨는 지난해 3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의학적 소견 등을 이유로 늑장행정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2007년 황유미 씨의 사망이 알려진 뒤로 12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생명이 위태로운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노동자 중 반올림에 제보한 백혈병 피해자만 104명이고, 이 중 60명이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구 10만명 당 몇 명이 걸린다는 백혈병으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데도 기업은 화학물질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기업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철저히 감독해야 합니다. 취업하기 이전에 학교에서부터 안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옴부즈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삼성전자 기흥·화성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 907종 중 407종(45%)이 영업비밀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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