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뺑반 등 최근 쇼박스가 배급한 100억대 대작 영화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 쇼박스
마약왕, 뺑반 등 최근 쇼박스가 배급한 100억대 대작 영화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 쇼박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중 한 곳인 쇼박스가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선보인 야심작들이 잇따라 평단과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적자 전환 위기에까지 처했다.

쇼박스가 지난 연말에 이어 올해 설날 극장가에서도 참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가 5일간 이어진 설날 대목을 겨냥해 선보인 대작 ‘뺑반’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하게 됐다. 제작비 130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 뺑반은 개봉 9일째인 7일 오후 기준 4%의 저조한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일주일 뒤 개봉할 영화 ‘증인’과 동률을 이루면서 조기 강판이 예상된다.

누적 관객수는 145만명.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00만명에 턱 없이 모자란 숫자다. 특히 영화의 결말로 미뤄봤을 때 감독과 제작사가 속편을 염두한 것으로 보여 더욱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속편을 암시하는 쿠키영상을 담았다는 건 그만큼 작품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뺑반의 흥행 실패는 설날 극장가 라이벌이었던 ‘극한직업’(배급 CJ ENM)과 대조 돼 더 두드러진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개봉 전부터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된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성과를 낳고 있다. 극한직업은 뺑반의 절반 수준의 돈을 들이고도 올해 첫 천만 작품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써 쇼박스는 최근 선보인 100억대 영화에서 모두 쓴 맛을 보게 됐다. 뺑반에 앞서 지난해 연말 선보인 ‘마약왕’ 역시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200만명에도 모자란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두 영화는 또 평론가와 기자 등 평단으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대로 CJ ENM은 ‘PMC:더 벙커’의 실패를 극한직업으로 완전히 씻어냈으며,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스윙키즈’의 부진을 ‘말모이’로 만회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쇼박스를 침울하게 만드는 건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쇼박스는 6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안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63% 줄어든 283억원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 ‘봉오동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전투’가 제작 중 환경 훼손 논란에 휘말리면서 잡음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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