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옥중 정치로 번졌다. 법률대리인 격인 유영하 변호사는 7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지지자들이 보도를 정리해서 편지로 보내주기 때문에 최근 정세에 어느 정도 내용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옥중 정치로 번졌다. 법률대리인 격인 유영하 변호사는 7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지지자들이 보도를 정리해서 편지로 보내주기 때문에 최근 정세에 어느 정도 내용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년 만이다. 유영하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이번에도 사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 그의 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얘기다. 사실상 메신저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격으로, 접견 신청자 가운데 거절당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그만큼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뢰가 깊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 유영하의 작심 발언… “박근혜 허락받았다”

주목할 부분은 시점이다. 자유한국당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전당대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권) 주자들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친박 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석방론을 꺼내든 홍준표 전 대표에게 각을 세웠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를 떠올리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로 발탁되며 출세의 길을 걸었으나, 이후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황교안 전 총리의 친박 여부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이 아니라는 의미다.

친박 감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요 선거 때마다 해왔다. 친박 마케팅을 활용하기 위해선 그의 암묵적인 허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당 전대에 출마한 황교안 전 총리가 친박 후보로 불리는데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교안 전 총리의 접견 신청을 수차례 거절했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기까지 했다. 친박 당원들의 표심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하는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다. 그를 통해 1년 만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하는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다. 그를 통해 1년 만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바깥세상과 담을 쌓으면서도 돌아가는 정치 상황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었다. 소식은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편지들로 취합했다. TV와 신문은 보지 않지만 “지지자들의 편지를 다 읽어본다”는 게 유영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일주일에 몇 백통에서 1,000통이 넘는 편지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혹 유영하 변호사가 일부 친박 의원이 쓴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유영하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행위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친박신당 창당 지시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일부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요청을 해와 당 상황을 전했지만 듣기만 하고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독설도 사실과 달랐다. 유영하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건강 상태는 좋지 않다”면서도 “위독하거나 몸무게가 39kg으로 빠진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외로움은 큰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접견 신청마저 거절한 것은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 유영하 변호사는 “왜 가족이 보고 싶지 않겠느냐. 참고 견디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1년 만에 알렸다.

물론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가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당 전대에 변수가 됐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고, 홍준표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생리상 배신자는 용서치 않는데,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배신감에 나를 왜 끼워 넣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관계성을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