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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㉕] 저출산, 정말 괜찮습니까?
2019. 02. 1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청년세대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청년세대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모두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아이와 맞는 첫 설 명절, 저희는 처가댁이 있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아내와 아이는 명절에 앞서 KTX로 먼저 내려가고, 저는 연휴 첫날 차량을 이용해 내려간 뒤 함께 올라왔죠.

아이가 차에서 힘들어하진 않을지, 차가 막히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해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오래 집을 떠나있다 와서인지 딸아이도 차에서 내내 잠만 자더군요.

창녕의 한 농촌마을에 있는 아내의 할머니 댁도 찾았는데요. 시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설을 맞아 열린 시장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딸아이 말고는 아이는커녕 학생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중장년층이었고요. 그렇다보니 딸아이는 곳곳에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도시보다 더 심각한 농촌지역의 고령화 실태를 새삼 실감했네요.

증손주를 만나 너무나도 좋아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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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엔 모처럼 사촌형제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는 사촌형제들은 저희를 대단하게 생각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거나,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도 심심찮게 했고요.

뭐 주변 친구들한테서도 자주 듣는 말이라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씁쓸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TV를 통해 한 예능프로그램을 보게 됐는데요. SBS에서 설 명절을 맞아 마련한 ‘요즘 가족: 조카면 족하다?(이하 ‘조카면 족하다’)’였습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끌고, 앞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보도도 얼핏 접한 바 있어 보게 됐죠.

‘조카면 족하다’는 수년 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관찰 예능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등장한 스타의 배우자나 부모, 자녀 대신 조카가 등장하는 것 정도만 달랐죠. ‘이제는 조카까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포맷을 너무 우려먹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그러려니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 것은 아닌지, 솔직히 조금 화가 났습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현상을 조명하며 그 속에서 재미를 전하고자 한 프로그램의 취지는 이해합니다. 자칫 저출산을 장려한다는 지적을 받을까 조심스러워한 모습도 읽혔고요.

그러나 이 방송을 본 시청자 중 적잖은 사람들이 결혼 및 출산에 소극적인 인식을 형성하게 되거나, 기존의 인식을 더 강화시킬 여지가 충분해보였습니다. 조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그래, 결혼을 안 해도 괜찮아” “아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이 방송을 보며 “나도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조카면 족하다’라는 프로그램이 결혼과 자녀 대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가치나 의미를 집중 조명한 것도 아닙니다. 어떠한 가치적 판단 없이 가족·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조카를 등장시켰을 뿐이죠. 조카와 함께하는 스타로부터 재미를 뽑아내면서 저출산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방송 프로그램만큼은 우리가 지닌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거쳐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니까요.

설 명절에 방송된 ‘요즘 가족: 조카면 족하다?’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SBS
설 명절에 방송된 ‘요즘 가족: 조카면 족하다?’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SBS

얼마 전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자 중 남성은 28.9%, 여성은 48.0%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2015년만에도 남성은 17.5%, 여성은 29.5%였던 것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됩니다.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미혼자 비율이 2017년 68.3%, 2018년 65.5%에 이어 올해는 63.7%를 기록했습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충분히 형성돼있습니다. 하지만 위 조사 결과들을 보면, 저출산 문제와 밀접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결혼 및 출산 적령기의 사회구성원들이 해결과 거리가 먼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가 지닌 각종 문제들이겠죠. 다만, 방송 등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자신의 행복추구로 이어지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11월까지 출생아수는 30만3,900명이었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아이의 수는 35만 명을 한참 밑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산 관련 지표는 꾸준히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요. 그냥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 비상 중의 비상상황입니다.

시대에 따라 인구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합니다만, 지금의 문제는 방향과 속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급락하고 있습니다.

지금 갓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진 고작 20여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를 생각해 볼까요. 집이 남아돌아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거고, 기업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겁니다. 인력만 줄어드나요? 물건을 구입하는 등 소비활동을 할 소비자도 줄어듭니다.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복지비용은 늘어나 사회적 부담과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거고요.

하루빨리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특히 이 문제와 직결된 청년세대의 인식이 대폭 개선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는 비단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방송과 언론, 기업 등 각계각층의 노력이 함께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