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극우 성향 '태극기 부대' 영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여론은 태극기 부대 영입에 부정적인데 반해, 당 내부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국회 본청 앞에서 항의 시위 중인 태극기 부대.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극우 성향 '태극기 부대' 영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여론은 태극기 부대 영입에 부정적인데 반해, 당 내부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국회 본청 앞에서 항의 시위 중인 태극기 부대.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딜레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필요하지만, 여론이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에서 태극기 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한국당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여론은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남여 502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물어본 결과, ‘단절해야 한다’는 답변이 57.9%로 집계됐다.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답변은 26.1%였고, 모름·무응답은 16%로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 지역(단절 36.9%·포용 43.8%)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당 표심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단절해야 한다’는 답변이 65.8%로 포용(18.7%)보다 높게 집계됐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한국당 주요 당권 주자들은 태극기 부대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는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은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김진태 후보. / 뉴시스
한국당 주요 당권 주자들은 태극기 부대 영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는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은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김진태 후보. / 뉴시스

◇ 태극기 포기 못하는 이유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꾸준히 반대해온 세력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폄훼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당도 마냥 이들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이 최근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입당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당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단(37만 8,000여명) 가운데 2%(8,000여명)가 태극기 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당 주요 당권 주자들은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기 위해 권역별 연설회에서 ‘극우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단 몇백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어 당권 주자들이 태극기 부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이다.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대표적인 극우 발언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태극기 부대도 권역별 연설회를 따라다니며 주요 당권 주자들의 ‘극우 발언’에 환호하며 지지 의사도 밝힌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극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부산·울산·경남·제주권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극우 발언이 계속되는 데 대해 “때와 장소가 있다. 진정한 이 당의 주인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며 에둘러 태극기 부대를 겨냥해 비판했다. 박관용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역시 같은 날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의 과격한 행동이나 언동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는 태극기 부대가 필요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태극기 부대 영입에 비교적 긍정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자 가운데 64.8%가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은 13.5%에 그쳤다. 보수 성향 유권자 역시 비슷한 입장(단절 32.3%·포용 52.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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