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다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다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모범 답변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친박(친박근혜)·친황(친황교안) 논란에 “굳이 계파를 말하자면 친한(친대한민국)”이라고 응수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선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상처”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입당에서부터 당권 레이스 종반전에 접어든 지금까지 줄곧 강조해온 것은 ‘통합론’이다.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민의 삶보다 중요한 논쟁은 없다”고 말했다.

◇ 세모 발언, 태블릿PC 조작설, 특검 연장 불허 이유

조심스러운 성격에 좀처럼 말실수가 없는 황교안 전 총리다. 하지만 당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에겐 ‘어정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 대표로선 선명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급기야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박근혜 정권에서 혜택을 받고서도 탄핵이 부당하다고 당당히 말을 못한다”는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교안 전 총리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늘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 탄핵 불복 논란을 피하면서도 친박 표심을 달랬다.

문제는 이후다. 6번에 걸친 당권주자들의 TV토론회에서 발목을 잡혔다는 뒷말이 나왔다. 탄핵의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 “세모로 말하고 싶었다”고 답변한 것과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와 관련 조작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며 인정한 게 문제가 됐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3일 MBN으로 생중계된 마지막 TV토론에서 황교안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탄핵 결정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으니 억울하다. 태블릿PC는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리하며 “(본인은 세모라고 말하지만) 절차상·내용상·증거상으로 문제가 있으니 탄핵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규정했다. 황교안 전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은 “국민 대부분의 탄핵에 대한 정서와 동떨어져 있어 확장성에 문제가 된다”는 게 오세훈 전 시장의 주장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오세훈 전 시장으로부터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인정한데 대한 근거를 요구받았으나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뉴시스
황교안 전 총리는 오세훈 전 시장으로부터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인정한데 대한 근거를 요구받았으나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뉴시스

더욱이 황교안 전 총리는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인정한데 대한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오세훈 전 시장으로부터 법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과 오랜 재판을 거쳐 조작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시한 것과 달리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를 수차례 질문 받았으나 “토론회 과정에서 여러 번 얘기했고 정리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은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황교안 전 총리에게 “뭐가 정리됐냐. 새롭게 조작설을 제기했으면 수습을 하라”고 말했다.

현 상황으로만 보자면 황교안 전 총리는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할 경우 탄핵 정국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 가벼울 수 없고, 반대로 탄핵을 부정하면 헌정질서를 흔든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어느 쪽도 자기 부정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낼 당시 황교안 전 총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황교안 전 총리가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다 자기모순에 갇힌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반했다는 이른바 ‘배박’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 이로 인해 국정농단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황교안 전 총리는 탄핵이 다시 한 번 전대 이슈로 부상하자 “과거의 아픔이 분열과 갈등의 중심이 돼선 안 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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