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부사장이 향후 대우조선해양을 이끌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됐다.
이성근 부사장이 향후 대우조선해양을 이끌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산업은행을 떠나 현대중공업 품에 안기며 커다란 변곡점을 맞게 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수장으로 이성근 부사장이 낙점됐다. 여러모로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현재 조선소장을 맡고 있는 이성근 부사장을 내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오랜 기간 이끌어온 정성립 사장이 다소 씁쓸함을 남긴 채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성근 부사장은 오는 14일 이사회와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1979년 대우조선공업으로 입사해 선박해양연구소장, 미래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기술총괄 등을 거쳐 조선소장까지 오른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특히 2015년 정성립 사장이 복귀와 함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고,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조선소장을 맡아 현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새로운 구원투수의 등장이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산업은행 아래 놓였던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은 상태다. 특히 수주잔량 기준 세계 조선업계 1·2위의 만남이자, 국내 조선업계의 판도 변화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대와 함께 우려도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구조조정 등이 불 보듯 빤하다며 결사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하도급 갑질 논란 등이 남아있는 협력업체 문제도 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선업계 독과점문제와 매각 과정에서의 특혜 논란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안팎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이성근 부사장에겐 우선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내부 구성원들을 달래고 설득하는 한편, 실제 매각 절차에서 이들의 목소리도 전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정성립 사장의 그림자 역시 극복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정성립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아래서 새롭게 시작한 시점인 2000년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회사를 어느 정도 안정화 시킨 뒤 떠났다가, 2015년 다시 돌아온 바 있다. 이때 정성립 사장은 전임 사장들이 쌓아둔 부실을 들춰냈고,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또 한 번 연임에 성공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아버지’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매각 논의 과정에서 정성립 사장은 철저히 배제됐고, 이러한 아쉬움 속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처럼 커다란 족적을 남긴 정성립 사장의 후임으로 수장자리를 맡게 되는 만큼, 이성근 부사장은 리더십 등 여러 측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당면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중요한 시점이자 내부반발이 큰 상황인 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새로운 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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