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1차 임기 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일괄타결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1차 임기 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일괄타결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미 양측은 다음 스탭을 위한 내부 의견 조율과 메시지 발신을 시작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자체의 결과물은 없었지만,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협상국면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는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포스트 하노이 체제’라고 명명했다.

◇ 트럼프 임기 내 일괄타결

포스트 하노이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미국의 노선이다. “‘하나 더’를 원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협상장을 떠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중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당초부터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로 불리는 일괄타결 방식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선호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합의문을 도출하고 하노이 협상을 주도했던 온건파의 입지는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2차 북미 실무협상을 맡았던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 조차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1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못 박았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 내부 의견조율 과정에서 매파의 일괄타결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정부 당국도 미국 측의 이 같은 기류를 파악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원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빅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제재 완화 이전에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하고 있음을 (하노이 회담에서)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고수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서해 미사일 기지 복원 모습. /AP-뉴시스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서해 미사일 기지 복원 모습. /AP-뉴시스

그간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말을 아끼던 북한은 13일 선전매체 등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단계적 비핵화’ 노선을 견지함으로써 미국과의 마찰을 예고했다. 이날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확고한 입장”이라면서도 “(영변 폐기는)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복의 비핵화 조치”라고 각을 세웠다.

긍정적인 부분은 북미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양측 메시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계기만 만들어진다면 3차 정상회담은 언젠든 개최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과정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대표적으로 동창리 미사일 기지 복원이 위험요소로 거론된다. 국정원에 따르면, 기지 복원은 하노이 정상회담 전부터 진행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값을 제대로 받기 위한 것”이라며 협상용 지렛대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동이 자칫 미국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빅터 차 한국석좌는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활동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 사소한 악수가 상황을 재앙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서로 조심하면서 물밑 접촉을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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