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부친의 인연으로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성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학의 전 차관이 지명된 배경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부친의 인연으로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성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학의 전 차관이 지명된 배경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임명될 당시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당초 그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조직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터라, 후보로 이름이 올랐을 땐 청와대에서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검찰총장 인사추천위원회에서 탈락했다. 보통 후보에서 탈락하면 용퇴를 결정하는 게 인사 관행이었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급’을 올려 조직을 나갔다.

뒷말은 계속됐다. 법무부 차관은 대개 검찰총장보다 후배가 임명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과 동기였다. 뿐만 아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학의 전 차관의 사법연수원 1기수 선배이지만 경기고 1년 후배였다.

때문에 법무부 안팎에서도 “장관이 차관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검찰과 법무부 인사 관행이 모두 김학의 전 차관 때문에 깨진 셈이다.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은 관행만 깬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임명 전부터 청와대 역시 성범죄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의 1·2차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학의 전 차관의 비호 세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국정농단 파문을 불러온 최순실 씨를 배후로 지목했다.

여기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미 사정당국에서 두 사람의 친분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31일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차관이 “어릴 적 청와대 동산에서 함께 뛰어놀던 사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의 6촌 누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목욕탕을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하다”는 게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애하던 부관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정권에서 육군 대령을 지냈고,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것. 부친의 인연이 자녀들에게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던 김학의 전 차관의 해명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건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김’ 여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의 재수사에서 밝혀야 할 의혹 중 하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