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던 한일시멘트그룹에 변화가 포착됐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던 한일시멘트그룹에 변화가 포착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끊이지 않던 한일시멘트그룹에 큰 변화가 포착됐다. 문제의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해당 기업의 매출액 또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얼마나 손쉽게 이익을 취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거래 실태에 큰 변화가 나타난 기업은 세원개발이다. 세원개발의 지분은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자녀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분 구조가 공개된 200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허동섭 명예회장의 두 딸이 각각 50%와 47.5%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아내 또한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허동섭 명예회장은 고(故) 허채경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의 3남이다.

그동안 세원개발의 주요 매출처는 한일시멘트와 한일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랜드였다. 2017년 5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이 중 45억원이 한일시멘트와 서울랜드로부터 발생했다. 2016년 역시 58억원의 매출액 중 46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리는 등 지난 수년 간 70~80%대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왔다. 심지어 2014년엔 내부거래 비중이 98%에 달했다.

그런데 세원개발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는 이러한 내부거래가 싹 사라졌다. 한일시멘트와 서울랜드로부터의 매출액이 모두 0원이다. 또 다른 계열사 충무화학으로부터 올린 매출이 있긴 했지만 1억3,000만원의 작은 규모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내부거래와 함께 매출의 상당부분도 날아갔다는 점이다. 2017년 6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13억원으로 감소했다. 80%에 육박하던 내부거래 비중 역시 10%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세원개발이 경비와 미화용역 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이와 함께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용역수입이 지난해 0원으로 사라진 것이다. 대신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임대수입에서 발생했다.

내부거래와 함께 매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은 한일시멘트 오너일가가 그동안 개인회사를 통해 얼마나 손쉽게 수익을 올려왔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허정섭 한일홀딩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의 창손으로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과 두 동생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중원이다. 중원 역시 매년 20% 안팎의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려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허기호 회장이 지난해 12월 중원 지분을 (주)금풍에 매각하면서 관계사에서 제외됐다.

한일시멘트의 이러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줄곧 추진 해오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발을 맞추는 행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가 상당부분 진전되면서 중견기업들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아직 부족한 곳도 있지만 일부 중견기업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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