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매년 음력 4월 8일(이하 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이 오면 불교 사찰, 즉 절 주변의 거리에는 등이 걸린다. 종이로 만든 등을 지등(紙燈)이라고 하는데 비가 오니 언젠가부터 알록달록한 비닐 등이 걸린다. 물론 사찰 경내에서는 붉은색 또는 하얀색 계통의 지등이 걸린다. 붉은 색은 살아 있는 분의 복이나 가피를 비는 것이고 하얀 등은 죽은 이들을 위한 극락왕생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초파일이 되면 사람들은 연등(燃燈)놀이라고 해서 등을 들고 거리를 다니는 등 축제분위기를 달군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시풍속사전을 열어보면 불교에서의 관등은 마음을 밝히는 등으로 해석하지만, 세간의 관등놀이는 한마디로 등을 달고 논다는 뜻이다. 초파일 며칠 전부터 뜰에 장대를 세우고 그 끝에 가족 수대로 등을 다는 풍습이 있었다. 그것을 등간(燈竿) 또는 등주(燈柱)라고 하는데, 그 위에 꿩깃을 꽂고 물들인 비단으로 기를 매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등간을 호기(呼旗)라고 했다. 초파일 아이들이 종이를 오려 기를 만들고 또 북을 치면서 거리를 몰려다니며 연등행사에 쓰일 준비물을 얻기 위한 놀이였다. 서양의 할로윈을 떠올려보면 짐작이 갈 듯하다.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연등회 행사가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동국대와 종로, 조계사 일대에서 진행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연등회 행사가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동국대와 종로, 조계사 일대에서 진행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연등놀이는 호기(呼旗)놀이, 굴등놀이, 낙화(落火)놀이, 불꽃놀이, 제등행렬, 횃불놀이라고도 하지만 정식명칭은 관등(觀燈)놀이가 맞다. 하지만, 연등회가 공식명칭으로 사용되면서 어려운 관등놀이보다는 연등놀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가는 추세인 듯하다. 여하튼 초파일을 맞이하여 벌이는 연등놀이의 연원은 고려시대의 팔관회나 정월연등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등놀이가 유입된 이후 고려시대부터 한국적 등놀이로 정착하기 시작하였고, 조선시대부터는 초파일의 관등놀이가 1920년대부터 등을 달고 제등행렬을 거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얼마 전부터 광화문광장을 비롯하여 청계천 일대에 전통적인 등이 수려하게 장식되며 서울의 야경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하지만 연등회는 물론 전통 등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우리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고 생소하기만 하다. 이에 전영일(전영일 공방대표) 등불조각가는 일반인을 위한 불교미술의 플렛폼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동 무우수 아카데미에서 오는 4월 24일(수)과 5월 1일(수) 두 차례에 걸쳐 전통적인 지등문화와 현대의 지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연등놀이와 문화, 불교,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꼭 가봐야겠다.

올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연등회 행사가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동국대와 종로, 조계사 일대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전영일 작가의 강의를 듣고 직접 만든 지등을 들고 연등회에 나가봐야겠다.

전영일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2018년 갤러리O 등 지금까지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99년 ‘한국의 등’ 초대전으로부터 최근 2019년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전 ‘다시, 건너간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까지 수많은 단체전에 참가했다. <누가 만들어도 참 쉬운 한지등>(불광출판사, 2011) 등 세권의 저서가 있다. 등불 조각가로 알려진 전 작가는 연등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미술과 접목해 전통적 조형미와 현대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첨단기술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을 환기 시키고 현대 등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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