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 이어진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노동신문 캡쳐
정상회담에 이어진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우애를 과시했다. 동시에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돌리면서 앞으로의 평화와 안전은 미국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및 만찬행사까지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선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라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북러) 쌍방은 서로의 이해와 유대를 더 밀접히 해나가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전략적인 협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최고영도자 동지는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할 것을 초청하시었으며, 초청은 흔쾌히 수락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단순히 양국 간의 우애관계를 확인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힘의 상징인 장검을 선물로 교환하고 만찬에서 건배까지 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개방에 있어 북한이 협상 파트너로 미국이 아닌 러시아 혹은 중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NBC 뉴스는 북러 정상회담 관련,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대화만이 유일한 기회가 아니라는 냉엄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더 좋은 선택을 찾아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신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며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만남으로써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세계에 알렸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