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기 직전 북한을 향해 대화 시그널을 보냈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했던 이전의 미일 정상회담과 분명한 차이를 보였던 대목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 북한 미사일 두고 트럼프·아베 온도차

27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오랜 기간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으며, 핵실험도 하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아주 작은 활동만 하고 있다”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 먼 길을 함께 걸어왔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주시하고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북한 사이에 깊은 존경이 형성됐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존경한다”고 했었다. 북한이 대화국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탑다운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유화적 표현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번에는 아베 총리를 만나러 온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던 아베 총리와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행위를 유엔 등 국제사회 제재사안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 하루 전인 25일 일본에 도착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유엔 대북결의안 위반”이라고 언급, 아베 총리와 메시지를 맞추는 듯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가)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며 하루 만에 서둘러 진화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결의안 위반이라는 데 대해 “나는 다르게 본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미 공식 입장은 군 당국의 공조 하에 미사일을 분석 중이라는 것”이라며 “볼턴 발언 후 트럼프 대통령이 (해명) 발언을 했고, 백악관도 대변인발로 추가 설명을 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북미, 서로 메시지 살피며 의중 분석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일상적·정상적 훈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대신 볼턴 보좌관에 대해서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에 대해서는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시비를 걸었는데, 정도 이하로 무식하다”며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참모진 사이 잡음이 적지 않지만, 북미 양측이 서로 간 메시지를 확인하고 또 의중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중앙통신이 차기 미국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고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아마도 나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가?”라고 했었다. 북한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챙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가시적인 만남이나 대화기류가 아직까지는 뚜렷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6월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서 진행에 어려움이 감지된다.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사업도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식량지원과 남북정상회담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의에 “식량 문제는 통일부에서 여러 단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식량지원과 관련해 변화된 것은 없고, 기존대로 추진 중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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