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31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의 거취와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31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의 거취와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역대급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여론의 평가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그만한 내공을 가진 총리는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치권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야의 반응이 다를 뿐이다. 범여권에선 당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보수 야당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당 인사들은 국회 대정부질문 때마다 이낙연 총리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도리어 이낙연 총리는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 사이다 총리, 군기반장, 실세총리… 역대 총리와 다르다

실제 이낙연 총리는 역대 총리들과 달랐다. 전임 총리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만 해도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재임 중에 얻은 별명은 ‘의전 총리’다. 과잉 의전 논란을 꼬집은 표현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명을 내놨지만 오해로 보기엔 다소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현재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이낙연 총리는 범진보 진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현직 총리가 세력 경쟁의 선봉에 섰다.

물론 이낙연 총리는 차기 대선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데 대해 “조금 부담스럽다”면서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에콰도르 순방 당시 “총선에서 합당한 일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내년 총선 출마를 예고하거나 어떤 역할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15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우선은 제 역할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총리는 역대 총리들과 달리 군기반장, 실세총리 등으로 불리며 임기 2년 동안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이낙연 총리는 역대 총리들과 달리 군기반장, 실세총리 등으로 불리며 임기 2년 동안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이낙연 총리가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오는 31일이면 취임 2주년을 맞게 된다. 빠르면 내달 후임 총리 후보자가 청와대의 지명을 받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늦어도 8~9월께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예상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의 당 복귀 시점과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한 결과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유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당 복귀가 점쳐진다.

이낙연 총리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는 크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책임총리의 역할을 보여줬다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 강원 고성 산불,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 등 국정 위기에서 민심을 아우를 수 있었던 것은 이낙연 총리의 발 빠른 대처가 있기에 가능했다. 앞서 그는 ‘일하는 내각’을 목표로 현장을 중시했고, 정책의 실행력에 목소리를 높였다. 현안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장관도 예외 없이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군기반장’이다.

때문에 이낙연 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는 후문도 나온다. 외교 순방 시 대통령 전용기를 내줬다는 게 그 일례다. 이낙연 총리는 임기 동안 10차례 순방길에 올랐다. 과거 존재감이 없어 ‘식물총리’로 불리던 역대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반대로 이낙연 총리는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역대 총리들이 대선 도전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것과 달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낙연 총리의 좌우명은 ‘근청원견(近聽遠見)’이다. 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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