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토론회’ 개최
과몰입 원인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부작용 우려

/ 이가영 기자
전영순 건국대학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한국이 세계 제일의 게임이용장애 질환자 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토론회’에서 “충분한 협의나 공감대 없이 게임이용장애가 국내에 질병 코드로 등재될 경우, 8만명에 가까운 산업 종사자들에게 ‘질병유발물질 생산자’라는 오역과 낙인이 찍힐 수 있으며 고용 위축까지 이어져 심각한 악영향을 사회에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는 원인이 명확히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게 최 국장 주장의 골자다. 앞서 25일(현지시간)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판(ICD-11)에 게임장애 질병코드 부여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바 있다. 

그는 게임산업에의 치명적인 피해, 병적 이득을 위한 오용 사례의 증가 외에도 한국이 세계 제일의 게임이용 장애 질환자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국민 전체의 49.6%인 2,560만명, 그 중에서도 청소년 게임이용자 543만명 중 477만명이 게임이용장애 질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 게임과몰입군을 치료하는 전영순 팀장 또한 질병코드화에 대해 “게임 중독 현상이 게임의 문제인지, 사용자의 환경적 문제인지 연구가 뒷받침 됐어야 했다. 성급한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중독에 있어 치료보다는 관리적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중독이라던지 스마트폰 중독으로 보이는 집단에 어떠한 특징이 있었나 보니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던지 등에 높은 점수를 보였다”며 “어떠한 게임 문제보다는 개인 심리사회적문제를 고려해야한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간주할 경우 교육적인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10대 청소년이 게임 중독으로 정신질환자처럼 환자로 낙인찍힐 경우 대학진학이나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 본부장은 “서구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신질환자의 편견과 왜곡이 많아서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거다. 학부모 역시 지금은 찬성하지만 자기자식으로 볼 때, 누가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슈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14~2018년 동안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5년 내내 게임 과몰입 상태였던 이들은 1.4%에 불과했다”며 “게임 과몰입에 빠져도 금세 빠져나오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이가영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이가영 기자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정책학회 회장은 “게임을 질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의 치료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 개인의 행동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에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규제가 꼭 필요한 것인지, 다른 덜 위험한 침해방법은 없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게임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게임이 사행성이 짙다는 비판과 관련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G식백과’ 채널을 운영중인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임이 이슈의 쓰레기통과 강력범죄의 쓰레기통으로 취급받는 것이 우려스럽고 걱정된다”며 “(게임질병코드화)로 앞으로는 대부분의 강력범죄가 게임중독자라고 인식되고 취급받을 것으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단체들이 말하는 부분에 반박할 때 우리나라 게임업계들이 만든 게임들이 사행성이 강한 게임은 맞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에 있어서 제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은 맞다”며 “자본논리도 있고 경영논리도 있겠지만 업계가 자성하고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WHO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국내 도입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WHO 총회에서 의결됐더라도 WHO 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FIC)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충분히 수정할 수 있다”며 “WHO에 지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는 한편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에 도입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에도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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