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해찬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해찬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달 25일까지 정부부처 장관들과 ‘연쇄 오찬’을 갖는다. 다섯 차례에 걸쳐 경제, 사회, 외교 등 분야별로 나눠 18개 부처 장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형식이다. 당·정 간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취지지만, 외교기밀 유출 논란 등 공직사회 기강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에서 이 대표가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취임 후부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왔지만 전 부처 국무위원을 릴레이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홍남기 기획재정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관과 갖기로 했던 오찬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인해 연기돼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내달 4일 사회 분야 유은혜 교육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박능후 보건복지부·이재갑 고용노동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5일에는 강경화 외교부·김연철 통일부·정경두 국방부 장관, 7일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조명래 환경부·김현미 국토교통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난다. 25일에는 박상기 법무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오찬이 연달아 예정돼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릴레이 오찬’은 각 부처 장관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당정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경제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자리에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배석해 국회에 제출돼있는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정책 현안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화도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의 이번 행보는 본래 의도와 무관하게 ‘공직사회 기강잡기’로 읽히기도 한다. 7선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당정을 오가며 공직자 사회를 경험했다. ‘관료통’으로 불릴 만큼 공직사회의 속성을 잘 아는 이 대표와 장관들의 만남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직사회 기강해이를 다잡기 위한 행보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부 관료가 말을 덜 듣는다” “정부가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이 공개돼 당청이 공직사회 관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정부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만남이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말하기도 해 논란을 불렀다.

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른바 ‘외교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공직기강 제고’를 주문한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격려’인지 ‘공무원 군기잡기’인지는 장관들이 더 잘 안다”며 “가뜩이나 세간에 관권선거, 권언유착 의혹이 파다한 마당에 이 대표가 굳이 정부부처 장관들을 줄줄이 소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 대표는 장관과의 연쇄 오찬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지키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저 집권여당 대표다’라는 말까지 한 인사다. 이 대표의 철면피 선거기획 잔기술을 위해 정부부처를 동원하는 관권선거, 재정투입을 강요하는 돈 선거로 진화하고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각 정부부처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당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확대 해석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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