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날선 비판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한 황교안 대표와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체급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날선 비판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한 황교안 대표와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체급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안검사’ 출신이라는데 주목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그 대목이다. 지난 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서도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냐”고 꼬집었다. 그의 상식선에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적반하장’이었다. 

◇ 박원순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존재감’

박원순 시장의 말처럼 황교안 대표는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검찰청 공안3과장·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한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집필했을 정도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황교안 대표가 박근혜 정권의 2인자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원순 시장은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박근혜 정권이 어떤 정권이었느냐. 국정농단으로 국민으로부터 탄핵받았다”면서 “적어도 공당의 대표로 나서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사과하고 부끄러워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5·18 망언 논란을 불러온 자당 의원들의 징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독재자에게 부역한 ‘공안의 후예’로 기억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야만의 역사를 ‘법’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하며 걸어온 공안검사의 길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원순 시장은 황교안 대표를 연이어 비판하는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로 의심을 사고 있는데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 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황교안 대표를 연이어 비판하는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로 의심을 사고 있는데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 뉴시스

박원순 시장이 황교안 대표와 연일 각을 세우면서 양측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한국당 측은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눈치다. 차기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한 황교안 대표와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체급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박원순 시장에겐 지지율 정체를 벗어날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4월3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5.2%의 지지율로 6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황교안 대표는 1위를 차지했다. 22.2%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어 이낙연(19.1%) 총리, 유시민(11.0%) 이사장, 이재명(7.2%) 경기지사, 김경수(5.9%) 경남지사 순이다. 해당 조사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4월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응답률은 6.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원순 시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존재감이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표의 카운터파트를 자처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시장이 자신과 황교안 대표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검사를 계속했으면 황교안 대표 같은 공안검사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사람 잡아넣는 일에 취미가 없어 사표를 냈다”거나 “황교안 대표가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쓴 것과 달리 폐지론을 썼다”는 식이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 출발 비슷했지만… 공안검사 vs 인권변호사

실제 박원순 시장은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지만 6개월 만에 옷을 벗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황교안 대표와 “출발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선택이 달랐던 것. 박원순 시장은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스로 ‘스나이퍼 박’으로 자처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스나이퍼 박이라고 하더라. 제게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다 가더라(끝나더라)”고 부연했다. 

일례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무회의에서 만났던 현기환 전 수석은 박원순 시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누리 예산 관련 제안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현기환 전 수석은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에도 황교안 대표에게 경고를 보냈다. “최근에 황교안 대표가 광화문광장에 많이 왔다 갔다”는 유시민 이사장의 말에 “조금만 기다려 봐라”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황교안 대표에 대한 날선 비판은 여권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원순 시장은 ‘정치적 의도’에 선을 긋고 있다. 차기 대선을 말하기엔 3년이나 남았다는 게 그의 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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