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진단 척도 20년전 개발… 비게임이용자도 고위험군

/ 이가영 기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10일 보건복지부와 의학계의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설명서를 발표했다. 게임질병코드의 KCD 도입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는 충분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관련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며 “하지만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 척도가 20년전 개발된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IAT)를 사용하고 있으며, 게임 행위와 중독간 인과요인의 분석에 대한 의약학 연구 이외에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WHO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게임이용장애 관련 의사진행 발언에는 미국·한국·일본 대표가 모두 입을 모아 ‘진단 기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후속적인 추가 연구의 지속성’을 언급했다”며 “보건복지부 관계자나 중독정신 의학계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의결 사항’과는 맥락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201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인터넷게임 중독 선별도구로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은 1998년 해외의 인터넷중독 진단 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이며,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가문진을 해도 ‘잠재적 위험군 혹은 고위험군’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런 심각한 오류를 가진 IGUESS와 IAT의 진단 기준을 기반으로 2014년 이후부터 진행된 수백편에 달하는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의 연구비가 지난 수년간 250억이나 소요되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들은 “물론 국내외에서 진행된 게임 과몰입에 관한 모든 연구를 학술적 가치가 없는 연구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중독정신 의학계의 연구가 물질 중독에서 이뤄낸 성과를 행위 중독으로 어떻게 설득력있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학계의 노력이 아직도 부족하고 전체 학자들 사이에서 과학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태에서 게임중독 진단 기준과 치료 기준을 임의로 정하고, 불분명한 게임 중독 환자들을 양산하며 연구 자료를 축적하자는 중독정신의학계 일부 학자들의 의견은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그들은 “중독정신 의학계가 게임중독을 규정하려면 우선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당장 게임이용장애 현상의 명칭에서도 게임 중독, 게임 몰입, 과도한 플레이, 의존성 플레이 등 관련 현상을 가르키는 용어조차 학계 내부에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계의 합의가 부족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내겠다는 각오 또한 내비쳤다. 이들은 “게임업계 스스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내 소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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