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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서훈 논란] 불 붙은 이념전쟁
[김원봉 서훈 논란] 불 붙은 이념전쟁
  • 소미연 기자
  • 승인 2019.06.1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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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여당에선 김원봉의 항일 독립투쟁의 공적을 높이 산 반면 보수 야당에선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에서 왼쪽이 김원봉. / 뉴시스
약산 김원봉(사진에서 왼쪽)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진보 여당에선 김원봉의 항일 독립투쟁의 공적을 높이 산 반면 보수 야당에선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약산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갈렸다.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 42.6%와 반대 39.9%로 집계됐다.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조사는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진행됐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다.

결국 중립지대의 선택에 따라 김원봉의 서훈 여부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는 “김원봉의 서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심사기준을 개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시 말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공적심사에 대한 기준이 변경되면 서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17.5%가 모른다거나 무응답으로 선택을 유보했다.

◇ 김원봉이 월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보훈처에서 개선을 언급한 심사기준은 “북한 정권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자는 독립유공자 서훈이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말한다. 김원봉 서훈 추진에 걸림돌이 바로 이 부분이다. 김원봉은 일제시절 조선의열단 단장으로 치열한 무장투쟁을 전개해왔으나, 해방 후 월북을 택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을 시작으로 노동상,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등 요직을 지냈다. 따라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역사적 비극 때문이다. 당초 김원봉은 해방 직후 남한으로 귀국했다. 임시정부 김구 주석과 함께 좌우합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는 정치적 동지였던 여운형의 암살을 목격한 일이고, 두 번째는 친일 경찰의 상징이었던 노덕술에게 검거돼 모욕을 당한 일이다. 김원봉을 대변하는 역사 전문가들은 “친일파와 극우세력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해 서훈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서훈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해 서훈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서훈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뉴시스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도 김원봉이 월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11월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앞두고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등 7개 단체들이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김원봉의 역사적 진실을 말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오는 8월부터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광주·대구·대전·부산을 순회하며 김원봉 서훈 추진에 대한 찬성 여론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김원봉의 서훈 문제가 정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보수진영의 비판을 샀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성을 의심했다. 경제 실정론으로 수세에 몰리자 역사 논쟁으로 이슈를 전환시킨 게 아니냐는 것.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통합’이었다. 그는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여당에선 보수진영이 의도적으로 정쟁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과거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과 주요 인사들이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만세 삼창을 외친 게 방증의 사례로 제시됐다. 영화 암살에는 김원봉이 등장한다.

상훈법 개정을 둘러싸고 진영 대결은 다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개정안 논의에 불을 지피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훈장을 줄 수 없도록’ 입법적인 방어 장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여론이다. 여론조사가 발표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원봉 서훈 추진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6시를 앞두고 9,700여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게 되면 정부 측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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