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가공업체 CJ씨푸드의 모기업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88%에 달하며 영업망도 CJ제일제당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CJ씨푸드 성남공장 전경. / 네이버 지도
수산물가공업체 CJ씨푸드의 모기업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88%에 달하며 영업망도 CJ제일제당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CJ씨푸드 성남공장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어묵과 맛살 등을 제조하는 수산물가공업체 CJ씨푸드의 경영 자립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높은 일감 의존도를 지적하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도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CJ씨푸드는 유통망까지 자체 확보하지 않은 채 최대주주인 CJ제일제당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감도 유통망도… 씨푸드의 제일제당 바라기

‘삼호어묵’으로 유명한 CJ씨푸드가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373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익이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88% 감소한 2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는데 그쳤다. 마이너스 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원가 부담이 커진 게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다. 매출원가율이 전년 1분기 때 보다 4%p 뛰면서 90%로 확장됐다. 이로 인해 매출총이익이 급감했고 예년과 비슷한 37억원 가량이 판관비로 쓰이면서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이 쪼그라든 것이다.

CJ씨푸드가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은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을 위시한 그룹 관계사에서 매년 일감이 쏟아지고 있어 실제 매출에는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수시로 등락을 반복하는 연육 가격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현상 유지에만 충실하면 ‘평타’를 치는 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는 것이다.

CJ씨푸드의 그룹 일감 의존도는 88%에 달한다. CJ씨푸드의 연매출은 1,500~1,700억원 사이를 오가는 데 이중 1,320~1,496억원이 계열회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CJ씨푸드가 지난 2017년 기록한 1,646억원의 매출 가운데 1,446억원(87.8%)이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도 85%를 기록했다. 

CJ씨푸드의 내부거래 문제는 이미 외부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지난해 대신지배연구소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CJ그룹’를 통해 CJ씨푸드의 과도한 그룹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연구소는 CJ그룹 전반에 걸친 식품 계열사들의 높은 내부거래율을 거론하며 특히 CJ씨푸드를 주목했다. 연구소는 “그룹 내 상장 계열사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부거래의 투명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씨푸드의 성장에는 단연 최대주주(46.26%)인 CJ제일제당이 압도적인 기여를 했다. 자회사 연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CJ씨푸드는 유통망까지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할인점과 체인점, CVS, 대리점 등 영업활동의 74%를 담당하는 B2C 판매는 CJ제일제당의 영업망을 이용한다. CJ씨푸드는 운반비만을 부담한다. 수출길 역시 CJ제일제당에 의존하고 있다. CJ씨푸드는 단체급식과 특판처 등 B2B에서만 자체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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