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이 공공기관 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 한국전력기술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 경영평가 D등급… 실적 개선에도 낙제점 굴욕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번 경영평가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128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평가 성적은 탁월(S)·우수(A)·양호(B)·보통(C)·미흡(D)·아주미흡(E) 등 6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한국전력공사과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음에도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18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한국중부발전은 A등급을 받았다. 이들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서부발전은 C등급을 받았다.  

반면 한전전력기술은 사실상 낙제점 범주인 ‘D등급’을 받아 이목을 끌었다. 한전전력기술은 지난해 1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양호한 실적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를 낸 다른 기업들보다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각에선 사회적 기여도 부문에서 부진한 평가를 받은 탓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경영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 공공성 중심으로 평가제도를 전면 개편 후 실시된 첫 번째 평가다. 

정부는 안전, 윤리경영, 일자리,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배점을 종전보다 50% 이상 대폭 확대했다. 경영혁신, 혁신성장 지원 등 혁신성도 비중 있게 평가했다. 한전의 일부 자회사가 경영 실적 부진에도 좋은 등급을 받은 것은 이 같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에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사회적 기여도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뼈아픈 점은 전년도보다 평가 성적이 더 안 좋아졌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6월 발표된 ‘2017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낮아져 성과급 지급 및 예산편성에 있어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됐다.  

D등급 이하 기관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이들 기관은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사항을 점검받아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D·E 등급 기관에 대해서는 내년도 경상경비 조정 등 공공기관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경고장 받은 이배수 사장 ‘가시방석’
 
기관장 역시 인사 조치를 받게 된다. 정부는 D등급인 16개 기관 중 재임기간 6개월 이상인 기관장 8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기술 수장인 이배수 사장 역시 경고 대상에 포함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배수 사장은 심란한 입장이다. 그는 1983년 한전기술에 입사해 플랜트사업개발처장, 경영기획처장, 마케팅처장, 기획마케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한국전력기술에 사장에 오른 인사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 “국가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사업의 기술개발 투자와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상생을 선도해나가는 지역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면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그의 걱정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기술은 최근 원전기술 유출 파문까지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는 처지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자력 관련 기업 퇴직자가 한국형 원자로 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유출이 의심된 핵심기술은 한국전력기술이 20여 년간 국가 예산 2,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냅스’(NAPS, Nuclear Application Programs)다. 해당 기술은  원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원자력응용프로그램으로 알려진다. 관련 기술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원전업체로 대거 넘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후 한국전력기술은 해명 자료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미국 업체에 NAPS 소프트웨어를 수출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모양새다. 수장인 이배수 사장의 어깨도 무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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