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람들 물리고 문재인 대통령에 귓속말

남북미 정상들을 3개국 경호원들이 함께 둘러싸고 있는 이례적인 모습. 뉴시스
남북미 정상들을 3개국 경호원들이 함께 둘러싸고 있는 이례적인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3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남북미 정상들의 판문점 만남 과정에서다. 외교관계가 맺어진 국가들 사이에서도 정상 간 만남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인데, 적대국가 간에는 더욱 어렵다. 의전, 경호, 보도 등 디테일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임무를 맡았던 이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건영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지난달 29일부터 북한의 동향을 계속 살펴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북미 간 접촉이 다음날인 30일 오전 판문점에서 진행됐고, 윤 실장도 북미 양측과 함께 협의를 이어갔다.

◇ 윤건영, 막후에서 의전 조율

원칙대로라면 경호팀과 의전팀, 보도팀 등 청와대 내 조직들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윤 실장이 책임을 지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윤 실장에 대한 두터운 신임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만나고 북측 판문각까지 다녀오는 동선에 윤 실장이 조언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호·의전·보도와 관련해 윤 실장이 일처리를 했다. 예를 들어 하차지점이나 (정상들의) 동선 등을 가지고 미국·북한과 의견을 교환했다”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어서 세세하게 말할 수 없지만, (윤 실장이)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이날 tbs라디오에서 “이 정도의 정상회담을 할 때에는 의전, 경호, 보도는 사전에 몇 차례씩 만난다. 그래서 각각의 파트별로 진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진행이 안 됐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며 “두 정상이 조우하고 판문각 앞까지 걸어가는 그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날 것'에 가까웠던 남북미 회동 주요 장면들. /뉴시스
'날 것'에 가까웠던 남북미 회동 주요 장면들. /뉴시스

실제 사전에 공지된 동선이나 포토라인 설정이 없어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관 방송사의 카메라가 정상회담 장소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으며, 백악관 대변인이 취재를 막는 북한 경호원을 몸으로 밀어내며 백악관 취재기자들을 내부로 진입시키려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남북미 세 정상이 삼각대형으로 손을 맞잡고, 그 외부를 각국의 경호원들이 함께 둘러싸서 경호하는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회의장에 앉아서 회의를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이쪽저쪽 오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한 것이고, 만나는 시각이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포토라인 설정 등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다)”며 “(보도 관련) 부분이 협의가 제대로 안 됐다”고 털어놨다.

◇ 강경화 통해 북미회담 내용 공유

북미정상 간 단독회담 결과는 1일 미국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우리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몇 가지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의집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에 오르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회담의 핵심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이) 차량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북미회담과 관련된 내용의 일부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차에 탑승 전 통역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다 물리고 문 대통령과 귓속말을 했다”며 “중요한 내용들이 대화 속에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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