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선 7기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온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하반기에 설치될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뒷말을 남겨 귀추가 주목된다.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선 7기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온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하반기에 설치될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뒷말을 남겨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주 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의한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재표결에 부쳐졌다. 시간이 없었다. 상임위 3곳이 해외 연수를 떠날 예정인데다 7월 서울시 정기인사를 앞둔 상황이라 사실상 비상이었다. 이에 따라 안건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시의회는 1일 제288회 임시회를 열고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시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도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박원순 시장은 한시름 덜게 됐다.

◇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시작부터 삐거덕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두 조례안은 박원순 시장이 민선 7기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온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설치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다. 서울시의 예산편성권 중 일부를 부여받아 사업 구성부터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를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주요한 정책에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상임위 표결에선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박원순 시장으로선 굴욕적인 순간이다.

이른바 박원순 조례안이 재수 끝에 시의회를 통과했다. 표결에 참석한 90명 가운데 약 30명(반대 24표, 기권 6표)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이른바 박원순 조례안이 재수 끝에 시의회를 통과했다. 표결에 참석한 90명 가운데 약 30명(반대 24표, 기권 6표)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조례안 심사를 맡았던 기획경제위원회는 박원순 시장에게 유리한 구조라 할 수 있다. 재적의원 12명 중 10명이 박원순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시의회 역시 박원순 시장에게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름없다. 전체의원 110명 가운데 무려 102명이 같은 당이다. 다시 말해, 논란을 얘기할 만한 안건이 아니라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례안이 부결됐다는 것은 안건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박원순 시장과 시의회의 간극이 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때문에 이날도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박원순 시장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미쳤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원순 시장 측이 시의회를 설득하는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뒷말은 여전하다. 서울시가 조례안 부결 이후 제출한 수정안이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를테면 원안은 시의 현 정원(1만 8,472명)에서 64명 늘리려 했으나, 수정안은 3명을 감축해 61명으로 고쳤다. 이를 두고 여야 안팎에서 “숙려기간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투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은 재석의원 90명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60명에 불과했다. 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안도 재석의원 88명 가운데 60명만 찬성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일부 의원들은 항의의 의미로 임시회에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안 통과로 하반기에 박원순 시장이 구상하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신설할 수 있게 됐지만, 시의회 내부의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앞서 시의회에선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취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시의회의 예산심의권 침해 우려, 잦은 조직 개편에 따른 피로감, 박원순 시장의 소통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논란이 일자 박원순 시장은 “시의회와 오해가 있었다. 시장의 권한, 집행부(서울시)의 권한 일부를 시민들에게 그리는 것에 불과하다. 시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위원회의 외부 인사는 선발위원회 심사를 거쳐 객관적 기준에 따라 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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