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강제징용 문제 등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사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한 시민단체가 강제징용 문제 등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사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일본 당국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를 이유로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NHK는 8일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강화 대상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 측의 방침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풀이된다. 규제대상으로 지정한 품목들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원자재로 한국 측에 ‘부적절한’ 사례가 복수 발견됐기 때문에 안보상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앞서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산업성의 조치가 WTO에서 금하는 ‘수출통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적절한 사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 ‘대북제재’와 연관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은 지난 4일 일본 후지TV에서 해당 품목들의 행선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안이 발견됐고,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

아베 총리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말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지난 7일 후지TV에서 진행된 당수 토론에서 아베 총리는 “한국이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다. 제대로 무역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무역관리 역시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진 않았다.

국내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의 무역규제 배경에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248석 중 절반인 124석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자민당이 개헌발의 의석수인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85석을 획득해야 한다. 안정적인 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정권이 외교문제와 상관 없는 무역정치를 꺼내 정치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로 보수층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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