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관련 업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에 영향을 미칠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 전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관련 업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에 영향을 미칠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 전경. /삼성전자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 이후 업계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 대책 수립은 물론 중장기 대응 방안까지 모색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총수가 직접 나섰다. 이는 석 달 전 삼성전자가 내세운 ‘반도체 비전 2030’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 총수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본행’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 이후 반도체 업계의 부품 수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며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일본의 조치 철회,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제품이 국내 전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일본이 규제를 결정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애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으로, 일본 의존도는 70~90% 수준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일 오후 6시 40분 비행기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일본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일본행을 결정한 것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현지 재계 인사들과 만나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은 일본의 거래처 기업 간부들과 만나 일본 이외의 공장을 통해 부품 조달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반도체 비전 2030’ 위한 결정

일본 규제가 업계에 미칠 영향은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생산량 감소, 재고 소진 등이 예상되면서 업황의 긍정적 개선이 예상되는 반면 비메모리는 일부 품목의 양산 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의 움직임은 비메모리 측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수출 규제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핵심 소재인 탓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용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EUV 기술은 반도체의 고성능과 생산성 확보에 필수적으로, 파운드리 공정 고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EUV 노광 기술 등을 통해 첨단 파운드리 기술의 진화를 이끌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이번 행보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내놓은 ‘반도체 비전 2030’과 직결된 문제로 보인다.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이 포함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일본산 소재 확보에 영향을 받을 경우 삼성전자의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하반기 EUV(극자외선) 라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해당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삼성 파운드리 부문 영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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