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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안진걸이 간다㉓] 착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공이 주는 의미
2019. 07. 12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또봉이통닭의 가맹본부 최종성 대표(왼쪽)가 10일 안진걸 민생경제소장을 만나 프랜차이즈 경영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개혁의 기로에 서 있다.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거듭해 우리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출혈 경쟁과 불공정거래, 가맹점에 대한 갑질, 가맹본부 오너의 비위까지. 최근 몇 년간 각종 어두운 이슈가 프랜차이즈 산업을 뒤흔들었다. 정부는 규제 대책을 마련해 구조 개혁에 나섰다. 

◇  이윤보다는 상생 우선… 또봉이통닭의 착한 성장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기본 정신인 ‘상생’의 가치를 되찾는 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 같은 가치를 기반으로 잔잔한 변화를 일으켜온 곳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착한 치킨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던 ‘또봉이통닭’도 그 중 하나다. 기자는 지난 10일 안 소장과 함께 또봉이통닭(또봉이 F&S)의 최종성 대표를 만났다. 

치킨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에 치킨집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이란 자영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에서 약 8만7,000개의 치킨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09곳이나 된다. 이들은 전국 총 2만5,000곳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영업 중인 한 또봉이통닭 매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제공

최 대표가 2011년 경기도 용인에 첫 매장을 내고 치킨 가맹사업을 시작할때도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BBQ, BHC, 페리카나 등 유명 치킨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 시장에서도 또봉이통닭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후 약 4년 만에 가맹점 500호점을 돌파했다. 현재는 가맹점수가 600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유가 뭘까. 최 대표는 ‘상생’이라는 기본 경영정신을 유지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먼저 생각하고,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고심해온 결과라는 얘기다. 최 대표는 “치킨 창업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라며 “어려운 점주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봉이통닭은 사업 초기부터 3무(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점주들에게 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해당 항목은 점주의 주요 비용 부담으로 지목돼온 이슈다.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이나 로열티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해 논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점주들과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최종성 대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그리고 소비자가 더불어 함께 가는 체계는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최종성 대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그리고 소비자가 더불어 함께 가는 체계는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또봉이통닭은 유통 마진으로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염지와 숙성을 거친 닭을 팔아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매장 인테리어와 물품 구매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준다. 최 대표는“본사는 인테리어 시안만을 전달한다”며 “인테리어를 꾸미거나 집기를 구매할 때, 본사를 거칠 필요는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할 수 있다면 점주가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소장은 “많은 프랜차이즈 사들이 인테리어나 물품 구매 시 반드시 본사를 거치게 하는 것과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매장 폐업 시에도 또봉이통닭은 상생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또봉이통닭은 점주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폐업을 요청할 시, 특별한 위법사항이 없는 한 일체의 위약금을 받지 않고 있다. 매장에 투자한 집기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시에는 일정한 비용을 주고 물품을 인수해주기도 한다.  

◇ 로열티 안 받고 이벤트 비용 본사가 짊어져 

출혈 경쟁도 최대한 막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최 대표는 “정부에서 권고한 출점 거리 제한을 준수하고 있다”며 “기준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출점을 할 경우에는 인근 점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만약 근접 거리 출점 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본사가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정책에서도 기존 사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또봉이통닭은 지난해 치킨업계가 가격 인상으로 들썩이고 있을 때, 반값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같은 이벤트는 환영할 일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도 이벤트 비용 부담을 본사가 짊어졌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소비자와 점주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했다”며 “본사 입장에선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행사 후 또봉이통닭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치킨 브랜드로 이름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 올해도 착한 이벤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 화재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육군 장병들에게 치킨 1,500인분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최 대표는 “물론  유명 톱스타를 기용해 마케팅을 하는 식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방법도 있다”며 “하지만 과도한 광고비 지출은 점주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소하지만 소비자와 점주가 모두 이득이 될 수 있는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봉이통닭은 청와대의 선택을 받은 치킨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2017년 9월 국군의 행사를 앞두고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국군 장병에 줄 선물로 또봉이통닭 치킨을 준비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청와대는 깐깐한 평판 검증을 거쳐 치킨 브랜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그간의 상생 경영 행보에 청와대 좋은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9월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식당에서 장병들과 식사를  했다. 당시 김정숙 여사는 또봉이치킨 230마리를 주문해 군 장병에 돌렸다. /뉴시스 

◇ 120조 프랜차이즈 산업… 외형보다 질적 성장 추구할 때 

또봉이통닭의 이 같은 경영 정책은 잔잔하지만 업계에 조금씩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봉이통닭과 마찬가지로 3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벤트 시 본사가 스스로 비용 부담에 나서는 사례도 포착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12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가맹점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처음으로 6,000개를 넘어선 6,052개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맹본부는 4,882개, 가맹점수는 24만3,454개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전년대비 각각 5.4% 늘어난 규모다. 2013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2,973개, 19만730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또봉이통닭은 외형적인 성장에만 주력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가맹점수는 500개가 넘어섰다”며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매장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맹본부 오너로서 책임감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오너들을 둘러싼 각종 사건을 지켜봐왔다”며 “가맹점주들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오너리스트로 피해를 봤다. 점주들이 이런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은 “상생경영을 해도, 수익을 내고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또봉이통닭이 모범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발전 방향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