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발하는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정치권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발하는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정치권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발하며 톨게이트 지붕 위까지 올라간 한국도로공사 수납원들의 투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습적인 고속도로 점거 등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을 뿐 아니라, 지난 주말엔 광화문 광장 및 청와대 인근이 ‘직접고용’ 구호로 가득 찼다. 수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인데, 정작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정치 행보’를 의심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광화문 광장은 같은 색의 조끼를 입은 이들의 행진이 길게 이어졌다. 이들은 ‘단결투쟁’이라 적힌 머리띠를 둘렀고, 저마다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높은 습도로 인해 초여름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렸지만, 이들의 발걸음을 막진 못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인 이들은 도로공사의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에 반발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달 초 자회사 ‘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하고 전국 모든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수납업무를 맡겼다. 기존엔 각 용역회사 소속이던 톨게이트 수납원들도 자회사로 소속이 바뀌었다. 도로공사의 이 같은 조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전체 6,500여명 중 1,500여명의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방식’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현재는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다. 이들은 1·2심 모두 승소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바탕으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를 강조하며 ‘자회사 방식’은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계속된 반발에도 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 방식을 강행하자, 급기야 지난달 30일 수십여 명의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지난 4일엔 6개 차로를 기습점거하며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발하는 수납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직접고용 불가’ 방침만 고수하고 있다. 리더십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지만, 오히려 ‘정치적 행보’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남원 출신이자 이곳을 기반으로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는 이강래 사장은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이강래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직은 알 수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이강래 사장은 총선 출마 의사를 거듭 밝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유력 후임으로도 거론된다. 총선 출마설과 내각 입각설 등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강래 사장이 이미 정치판 복귀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이번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이강래 사장의 숙명과도 같다. 정치인 출신이자, ‘낙하산’ 꼬리표가 붙었던 그에게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논란이다.

수납원들의 투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이강래 사장이 갈등을 해소하며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갈등과 논란만 남긴 채 정치계로 복귀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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