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이 감산 결정을 내리고 있다.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메모리 감산을 결정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 결정을 내리고 있다.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메모리 감산을 결정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반도체 불황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기업들은 하강국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다. 감산은 지난 3월 마이크론이 내놓은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 불황을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길어지는 불황… 시름 깊어지는 반도체 기업들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 등이다. 전분기 대비 각각 5%, 53% 감소, 전년 동기 대비 38%, 89%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수요 회복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 하락폭도 예상보다 커졌다”며 “D램은 가격 약세가 지속돼 평균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24%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25%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다만, D램 수요는 2분기 말부터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낸드플래시도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도 같은 상황일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을 3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맞물리면서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년 동기(11조6,100억원) 대비 크게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 배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글로벌 ‘2위·3위’ 감산 결정… 1위 삼성전자, 어떤 결정 내릴까

이에 SK하이닉스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했다. D램 메모리 감산 및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구체적 감산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D램의 경우 내년 생산량이 올해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생산 캐파(CAPA)를 4분기부터 줄일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결정이다. 내년까지 D램 캐파는 지속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3위에 해당하는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올해 두 번의 감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3월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각각 5%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낸드플래시에 대해 10% 추가 감산하겠다고 공개했다. 또,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줄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 모두 메모리 감산을 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유안타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지난 3개 분기 동안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IT 수요 둔화가 업계 재고 급증으로 이어져 고객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가격 하락 속도라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D램 사업은 올해 안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고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안에 적자전환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라인 효율화를 결정했다. 생산량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감산에 대한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감산밖에 답이 없다”며 “마이크론과 도시바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캐파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전자”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