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언론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일구이언은 이구지자라니?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고 써야 옳은 거 아닌가요?”

“맞아요. 일구이언 이부지자가 맞지요.”

“그런데 왜 이구지자라고 썼어요?”

“요즘 애들이 그렇게 쓴대요. 일부러 그러는 건지, 무식해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 입으로 두 번 말하는 사람, 즉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입이 두 개 달렸기 때문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잖아요?”

“아항, 한자로 쓰면 이런 거란 말이구나. ‘일구이언 이구지자(一口二言 二口之子)’. 원래는 ‘일구이언 이부지자(一口二言 二父之子)’인데?”

“그렇지요. 어떤 애들은 ‘이부(二父)’를 ‘이부(異父)’라고도 쓴대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건 아버지가 둘이 아니라 다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거지요.”

“그거나 그거나. 식자우환일세? 다를 이(異)자도 안다는 의미에서.”

“식자우환은 무슨 식자우환. 몰라서 그렇게 쓰는 거겠지요. 애들이 얼마나 모르는지 알려드려요? 이래라저래라 하지마를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라라고 쓰는 애들도 있다고 하잖아요.”

“엉터리 맞춤법 우스개는 나도 알아요. 고리타분하다를 골이 따분하다로, 꽃샘추위를 곱셈추위로, 지레 겁먹다를 지뢰 겁먹다로, 쉬엄쉬엄 해라는 말을 시험시험해로 쓴다는 거잖아요.”

“마마 잃은 중천공은 알아요?”

“남아일언중천금(南兒一言重千金)을 그렇게 쓰는 모양이네?”

“맞아요. 그래서 요즘 애들 중에는 일부러 두 말하는 친구에게 일구이언은 이구지자, 마마 잃은 중천공이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마마 잃은 중천공은 무슨 뜻일까? 중천공이라는 사람이 엄마를 잃고는 다시는 말을 안 했다, 이건가?”

“처음엔 장난으로 일부러 그렇게 바꿔 쓰는 거겠지만 나중엔 그게 굳어져서 틀린 걸 옳다고 믿게 될 텐데요? 의식과 지식체계에 그렇게 기록될 거라는 말이지요. 호시탐탐(虎視眈眈)을 일부러 호시침침(虎視沈沈)이라고 말해 버릇하던 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호시침침이라고 해서 무식하다는 평을 들었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읍참마직(泣斬馬稷)으로 웃길려고 바꿔 읽다가 그게 입에 붙어버린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오늘 글 제목을 왜 일구이언 이구지자라고 했어요? 입에 붙어버릴 텐데?”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요. 아무리 그래도 일구이언 이부지자는 좀 그렇지요? 이부(二父)건 이부(異父)건 간에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요?”

“보통 사람들도 그러면 안 되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까 화가 나서요.”

“아항, 폴리페서 이야기구나. 재직했던 학교 재학생들이 학교를 너무 오래 비우시면 됩니까, 교수님이야말로 폴리페서 아닌가요라고 했더니 자기는 폴리페서 아니라고, 현실참여하는 거라고 대답했다는 사람? 자기가 교수할 때는 정치하는 교수들을 폴리페서라고 욕하다가 정작 자기가 정치하게 되니까 그 사람들과 자기는 다르다고 한 사람?”

“다르기는 뭐가 달라요.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선출직에 나가는 건 안 되고, 임명직은 된다면서 자기는 임명직이니까 괜찮다는 거, 그거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 자기는 교수로서 현실참여(앙가주망, Engagement)를 하는 거라고 그랬다는데, 선출직은 현실참여가 아니라는 건가요? 인사검증 왜 이렇게 실수가 잦으냐,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으랬더니 오히려 자기 사무실에서 공직자 기강문제가 심각하더라라는 지적을 그렇게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폴리페서라는 지적에는 대꾸를 하고 나왔네. 학교 돌아가면 학생들한테서 욕먹을까 겁나서 미리 변명을 만들어 놓은 건가? 학교 돌아갔을 때 학생들이 자기 보고 일구이언은 이구지자요, 마마 잃은 중천공이라고 할 게 겁나서 말입니다.”

“어쨌거나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 되지요. 그건 약속을 어기는 거니까. 약속을 어기면 신뢰가 무너지고, 신뢰가 무너지면 무슨 말을 해도 안 믿게 되고. 불신은 분열의 씨앗이고, 분열되면 싸워서 이길 수 없고…. 그 사람 이야기만은 아니란 거는 알지요?”

“맞아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층에 이구지자가 많다는 거지요. 그걸 따라하는 보통 사람이 많아져서, 통합된 힘이 필요한 지금, 통합은커녕 극도로 분열된 거 아닐까요? 아이, 이 이야기 그만 할랍니다. 입만 아프네요. 그런데 일본이 기어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네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거네요. 원했건 아니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길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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