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들이 합의한 일정은 2일과 3일이었으나, 증인 채택 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딸, 배우자, 모친을 증인 요청 명단에서 빼겠다며 '양보 카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게 공을 넘긴 모양새가 되면서 청문회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족 증인,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아내, 딸, 어머니는 저희가 양보하겠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할 테니 오늘 의결해서 이제 법대로 청문회하자"고 제안했다. 조 후보자의 동생과 동생의 전처는 증인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에 요구했던 배우자, 딸, 모친에 대해서는 증인 요청을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입장 변화에도 민주당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청문회 일정 합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족 증인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청문회) 날짜를 더 미뤄보려는 기망책"이라며 "진정성 없는 행동은 국민으로부터 아마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사실상 청문회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을 비난해왔다. 한국당의 요구대로 조 후보자 청문회를 이틀 간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인사청문회법에 규정된 날짜를 넘겨가며 '2~3일 청문회'에 합의했는데, 수용할 수 없는 가족 증인까지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청문회 보이콧'이라는 주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무산 시도 행위는 마구잡이로 던져댄 의혹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전혀 근거가 없고, 허위·왜곡·날조로 드러날 것이 두려워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의 '양보 카드'는 청문회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리고 국면 전환을 노리기 위한 '승부수'에 가깝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회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은 20일이 지난 다음에는 10일의 기간을 정해서 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송부 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9월 12일까지도 우리는 법에 허여된 기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인사청문회법상 규정된 청문회 법정시한을 넘겼다"며 "사실상 청문회 무산"을 선언하고 조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를 단독으로 추진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법으로 정해진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정치공세에만 몰두해 인사청문회를 무산시킨 자유한국당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후 일련의 법적 절차에 따른 임명 과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 "정부여당 지지 철회해도 한국당 지지는 안 해"

나 원내대표의 승부수 성공 여부는 '조국 정국' 아래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2030 청년층을 한국당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정부여당 지지를 철회한 이들이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당층으로 포함된다는 것이 한국당의 고민이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20대(연령층의) 국정수행평가도 지금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고, 학생층이나 어머님 계층, 가정주부 계층의 지지율이 굉장히 문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으로는 가지 않는다"며 "대부분 무당층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이탈한 계층도 한국당으로 가지 못하고 무당층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국당은 일단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는 것과 별개로 청문회 개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만약 법이 요구하는 인사청문회에 끝까지 응하지 않고 오늘 기자간담회로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들이 분명히 내년 4월에 심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법이 정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들러리 간담회를 할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계획서 채택과 자료제출 요구의 건을 표결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가족과 증인 모두 양보한 이상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합의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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