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조국 임명 규탄 현장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조국 임명 규탄 현장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전 대표의 등장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둘로 쪼개진 당 지도부의 화학적 결합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드러냈다.

유 전 대표는 1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이어 의원총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유 전 대표의 당 행사 참석은 지난 7월 19일 의원총회 이후 약 2개월만이다. 그는 지난 2월 진행됐던 당 연찬회와 패스트트랙 정국 등 주요 국면에서는 공개 발언을 아끼지 않았지만 상황이 일단락된 후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조 장관 임명을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당 의원총회에서 "어제 조국 씨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 정권에 속고, 진보 세력에 속았다. 그들이 말하던 정의, 공정, 평등이 국민을 속이기 위한 위선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일에 분노하는 애국 시민들과 함께 그 누구와도 손을 잡고, 대한민국에 정의, 공정, 평등이 바로서는 날까지 투쟁하겠다"며 "과거 독재정권보다 더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저항권을 갖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세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애국 시민과 손을 잡겠다는 유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는 유 전 대표가 보수 대통합 의지를 사실상 공표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 창업주이자 대선주자급 인사로 거론되는 유 전 대표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당 전면에 나설 경우 당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중요한 국면인 만큼,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불편한 관계'인 만큼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두 인사는 당 정체성과 향후 진로 및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견해차가 커 손 대표가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는 한 대승적인 화학적 결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날도 유 전 대표와 손 대표는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유 전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청와대 앞 의원총회에서 조국 임명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고, 손 대표도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날 손 대표가 거론한 촛불집회는 12일 광화문에서 진행될 계획이다. 다만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불화 봉합이 불가능한 지경인 데다 반쪽 최고위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당내에서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 측 인사는 "당내 통합이 돼야 대외적으로 작전을 펼 수 있는데 지금은 뭘 해도 힘이 안 실리는 것 같다"며 "손 대표도 통합은 동의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손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며 "추석까지 지지율 10%가 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같이 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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