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8월 고용률 역대 최대치’ 기록을 두고 야권에서 비난이 적지 않다. “정부예산으로 생색내기 일자리를 만든 효과”라는 지적은 양반 수준이다. “질 나쁜 노인일자리를 양산해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평이 나오자 비난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피상적으로 통계를 살펴봤을 때 노인일자리가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늘어난 취업자 45만2,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39만1,000명으로 85% 이상을 차지했다. 60대 이상의 노인일자리의 증가가 전체 고용를 증가를 견인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를 대입하면 특별히 노인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1년 사이 전체 인구는 33만 명 늘어났는데 60세 이상 인구 증가분이 55만 명이었다. 나머지 연령층에서 22만이 감소한 셈이다. 노인들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노인취업자가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60세 이상 계층의 고용률이 상승했다고 해서, 다른 연령층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 1% 포인트 이내의 소폭이지만 취업률은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맞지 않다. 새로 생겨난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직 증가분이 49만3,000명으로 전체(51만4,000명) 증가분의 95%였다. 상용직과 정규직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시근로자 혹은 일용근로자와 비교해 일자리 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간대별 취업자도 주 36~52시간 장기 근무하는 취업자의 증가폭이 가장 많았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연령별 인구수와 취업자수 변화 추이. /데이터=통계청
2018년과 2019년 사이 연령별 인구수와 취업자수 변화 추이. /데이터=통계청

무엇보다 노인일자리 정책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십년째 노인빈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노인자살률도 1위다. 60대 이상의 경우, 개인의 근로능력이나 노후대비 정도의 차이가 커 양극화가 유독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노인들을 ‘적자생존’의 가혹함 속에서 죽게 내버려둘 게 아니라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기대수명은 늘고 신생아가 줄어 노인인구 비율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예정이다.

방식을 두고 ‘왜 하필 일자리여야 하느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노인복지 정책이라면 기초연금 등 다른 방식도 있는데, ‘일자리’ 형식을 취해 고용률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나아가 정책적 성과로 포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일터다. 하지만 일자리만큼 저렴한 복지도 없다. 비록 가벼운 공원 청소와 같은 일일지라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며, 사회생활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의 유지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이 시점에서 야권이 제시해야할 것은 생산적인 대안이다. 정부가 내놓은 노인일자리는 아직까지 단순노동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의 경험을 사회발전에 녹여낼 방안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다. 이는 야권이 정책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도 된다. 100세 시대를 넘어 이제는 120세 시대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파적 관점에서 ‘고작 27만 원 짜리 일자리’라고 폄하하는데 집중할 게 아니라, 더 생산적인 노인일자리 확대에 야권이 함께 나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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