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기대를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매 장면,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삼킨다. 이제는 칭찬하기도 입이 아픈, 배우 전도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도연은 1990년 화장품 광고 모델로 데뷔한 뒤, 1997년 영화 ‘접속’(감독 장윤현)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화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 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너는 내운명 △밀양 △하녀 △무뢰한 △남과여 △생일 등 수많은 대표작을 탄생시키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2007년 열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으로 등극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되기도 했다. 이 역시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충무로를 넘어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도연이다.

전도연은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로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데 이어, 8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백두산’에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짧은 등장에도 인상 깊은 연기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로 강렬한 캐릭터 변신을 예고한 전도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로 강렬한 캐릭터 변신을 예고한 전도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올해 첫 행보인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에서는 또 다른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에 이어 5개국 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로 분했다. 순수함과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역대급 센 캐릭터로 ‘걸크러시’ 매력을 과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 중반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관객을 제대로 매료시켰다.

전도연은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택한 이유와 작업 과정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자신을 향한 칭찬과 기대치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고민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전도연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전도연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굉장히 강렬한 작품이었는데, 역할에서 빠져나왔나.
“순식간이었다. 촬영이 짧기도 했다. 그래서 빠져나왔다기보다 아쉬움이 크다. 태영(연희의 연인, 정우성 분)과 연희의 설정이나 관계도 좋았고, 그것만으로도 영화 한 편이 됐을 수 있는데 너무 좋을 때 딱 끝난 느낌이라 아쉽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가장 먼저 승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도연을 중심으로 꾸려진 라인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함께 만들어간 느낌이 클 것 같다. (영화에는 전도연 외에도 정우성·배성우·윤여정·신현빈·정가람 등이 출연한다.)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캐스팅이 다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긴 했다. 또 결정은 했지만,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구도가 너무 재밌었다. 시간상의 편차도 있었고, 여러 가지 뻔하지 않은 요소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뻔하지 않게 풀어놔 매력이 있었다. 또 모든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런 요소들에 매력을 느끼는 배우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연희가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더라.
“사실 내가 이 작품을 택한 것도 처음부터 안 나와서였다. 매력이 있더라. 새롭다고 생각했다. 김용훈 감독이 내가 연희 역을 한다고 했을 때 나보다 더 고민을 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분량에 대해 절대 고민하지 말라고 충분하다고 말을 했었다.”

-연희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힘은 의상으로 줬다. 연희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너무 강렬했다. 첫 등장도 그렇고…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희를 통해 하나로 모아지지 않나. 부담스럽지 않게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이미 설정부터 등장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세기 때문에 덜 부담스럽게, 자연스럽게 하자고 생각했다. 힘을 주거나 열연할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의 소유자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의 소유자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쑥스러웠다. 영화 속에서 연희와 태영의 전사가 나오지 않지만, 이미 익숙한 연인이었다. 첫  촬영부터 익숙고 편안한 모습이어야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생각한 태영과 정우성이 구현한 태영이 달랐다. 당황스러웠다. 저렇게까지 내려놔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놀라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태영을 지켜보는 게 점점 재밌어지더라.

정우성 안에 태영 같은 모습이 있더라. 되게 다양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사람들이 정우성에 대해 잘생긴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촬영을 하면서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느꼈고, 궁금해지더라.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촬영이 끝나서 아쉬웠고 다음 작품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우성이 연출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는 왜 캐스팅 안 하냐고 했더니, 할 역할이 없다고 하더라. 다음에 제대로 하자고 하는데, 지켜봐야겠다. (웃음)“

-본인은 연출에 대한 생각은 없나.
“없다. 입버릇처럼 내가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하긴 하지만, 진짜 없다. 처음 작업할 때, 지금보다 훨씬 더 권위적인 분위기였다. 또 신인이라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위치였는데, 그때 감독이라는 직업을 굉장히 어렵게 접했다. 그래서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감독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어떤 이야기 속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걸 더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전도연’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찬사, 지겹진 않나.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제는 칭찬이 칭찬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 칭찬들이 배우로선 좋은 거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임무를 받는데, 그것에 대한 칭찬이니 좋을 수밖에 없다. 다만 대중들이 거리감을 느끼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해외 영화제에 출품된다고 했을 때, ‘영화제와 전도연, 관객들이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기도 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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