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라운관 주연작에서 시청자를 제대로 사로잡은 전미도. /비스터스
첫 브라운관 주연작에서 시청자를 제대로 사로잡은 전미도. /비스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 순간 정체기가 찾아왔다. 정형화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도전을 택했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좌절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부딪혔고, 또 덤볐다. 낯섦은 신선한 즐거움으로 바뀌었고, 새로움은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공연계 스타’ 전미도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배우 전미도는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온 15년 차 베테랑 배우다. 화려한 수상 경력에 탄탄한 팬덤, 오르는 무대마다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티켓파워까지 갖춘 톱스타로 꼽힌다.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 조승우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을 만큼, 실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라있는 전미도는 무대 밖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보다 많은 대중들 앞에 서고 있다. 2018년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더’(2018) 특별출연으로 시청자와 만난 그는 영화 ‘변신’(2019)으로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첫 브라운관 주연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성공리에 마치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송화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전미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송화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전미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신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지난 28일 14.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시즌1을 마쳤다. 약 6개월간의 휴식을 가진 뒤, 올 연말부터 시즌2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미도는 조정석(이익준 역)부터 유연석(안정원 역), 정경호(김준완 역), 김대명(양석형 역) 등 익숙한 배우들로 꾸려진 라인업에 홍일점으로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얼굴로 주목을 받았다. 매체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우려도 있었지만, 안정적인 연기력과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극 중 전미도는 의대 동기 5인방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경외과 교수 송화를 연기했다. 이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의 면모부터 따뜻한 인간미는 물론, 엉뚱한 반전 모습까지 지닌 인물이다. 전미도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송화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 호평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만난 전미도는 송화와 똑닮아 있었다. /비스터스
실제로 만난 전미도는 송화와 똑닮아 있었다. /비스터스

실제로 만난 전미도는 송화와 똑닮아 있었다. 사랑스러운 미소 속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숨겨져 있었고,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느껴졌다. 재치 있는 입담은 덤이다. 전미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첫 드라마 주연이었는데, 시즌1을 마친 소감은.
“촬영하는 기간에 엄청난 일(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나서, 실제 병원과 세트장을 오가며 촬영하다가 병원에 못가고 지어놓은 세트장에서 촬영을 마무리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정말 많이 걱정했다. 힘들게 촬영했는데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대본을 너무 잘 쓰셨다. 죽어있는 인물이 없는 것 같다. 잠깐 나오더라도 필요 없는 인물이 없었고, 다 살아 숨 쉬었다. (이우정) 작가님의 힘이 엄청나게 컸다. 또 (신원호) 감독님이 그 역할들이 잘 살아나게 하셨다. 대단하신 분이다. 배우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 그래서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 같다.”

-송화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할이 너무 좋았다. 나도 저런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벽하고 모범생이고 다 잘하는 면이 있는 반면에 엉뚱한 면도 있지 않나. 노래도 못하면서 잘 한다고 사기 쳐서 보컬을 한다든지, 음식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하하. 그런 엉뚱한 면들이 있어서 캐릭터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송화와 어떤 접점이 있었나.
“송화가 환자를 대할 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책임감 있다. 믿음을 주는 의사라는 느낌이 있지 않나.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비슷한 것 같다. 맡은 바에 책임감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선택해 준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믿음을 주고 싶어 한다. 성실한 면에서 송화와 접점이 있지 않나 싶다.”

-인기를 실감하나.
“최근 조금 느끼기 시작했다. 겁이 나서 댓글이나 반응을 일부러 피하는 편인데, 지인들이 캡처해서 보내주더라.(웃음) 또 음원(‘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1위한 걸 보면서 정말 많이 사랑해 주시는 구나 느꼈다. SNS 팔로워도 늘어나고 지나가다 알아봐 주는 분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실감했다. 사실 안경 벗으면 못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더라. 음원 1위도 정말 감사했다. 대단히 잘 부른 것도 아닌데, 많이 들어주셔 감사하다. 사실 녹음하기 전에 너무 걱정했다. 그런데 (조)정석 오빠가 잘 될 것 같은 촉이 온다고 하더라. 또 (신원호) 감독님이 드라마에 삽입해 주고 해서 시너지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기적 같은 일이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누가 캡처해서 보내준 댓글이었는데, ‘송화라는 인물을 이 배우를 보고 쓴 건지, 그 정도로 채송화라는 역할에 최적화돼있는 느낌’이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감사하더라. 울 뻔했다.”

전미도가 꼽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명장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
전미도가 꼽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명장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석형이 헤드폰을 끼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네 명이 그 앞에 서있던 신. 대본에는 ‘안대를 벗으니 네 명이 서 있다’였고, 그렇게 찍었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이 재미 삼아 한 번 웃긴 표정으로 찍어보자고 해서 따로 또 찍었는데, 방송 보니 웃긴 표정으로 찍은 장면이 나왔더라. 촬영할 때는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찍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 되게 뭉클하더라. 별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 한 번 찡그리는 것에 다 위로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신이 너무 좋았고,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실제 노는 모습과 드라마 모습이 크게 차이가 없다. 방송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놀라웠던 건, 공연은 두 달 정도 부대끼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있다. 드라마는 그런 시간이 없다 보니 연기할 때 어색하거나 낯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분들과 연기하면서 그런 게 없다는 것에 놀랐다.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명이 함께 촬영하는 날만 기다렸다. 그 정도로 좋았다.”

-5인방 중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나.
“예민한 질문이다. 잘못하면 한방에 갈 수도 있다. 하하. 네 명 다 캐릭터가 달라서 어떤 분과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 재밌었다. 익준이와 만날 때는 엄마처럼 티격태격하고 때리기도 하고, 석형과 만날 때는 누나처럼 타이르거나 위로한다. 준완은 동지애로 함께 먹어 치우고, 정원에겐 속내를 얘기하고 그런 면이 있다. 다 달랐고, 각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들이었다. 내가 불편하지 않게 항상 물어봐 주고, 함께 에너지를 넣어줘서 다 좋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진가를 입증한 전미도. /비스터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진가를 입증한 전미도. /비스터스

-송화의 전사가 부족해 아쉽진 않았나.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막상 시즌1이 끝나니까 송화의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하더라. 송화는 익준을 정말 좋아했던 걸까. 다들 그렇게 확신하고 계시더라. 시즌2에 나왔으면 좋겠다. 송화의 속마음이라든지 가족에 대한 거라든지, 도대체 오빠들을 통해 어떤 설움이 쌓였기에 그렇게 먹게 됐는지, 대학교 때 진짜 익준을 좋아했던 건지 치홍에 대한 마음은 뭔지 개인적인 감정들이나 가족사가 시즌2에서 구체적으로 나오면 좋겠다.”

-송화를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일단 후배들을 대하는 게 달라졌다. 하하. 꼰대가 되면 안 되겠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고, 배려가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극 중에서 송화가 치홍이 아픈 걸 눈치채고 그 자리에서 혼내지 않고 먼저 알아보지 않나. 정말 기가 막혔다. 닮고 싶은 정도다. 살면서 나도 이런 행동은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새로운 작품 연습을 하고 있는데, 신인 배우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있다. 어디 가서 ‘실제 성격은 채송화랑 완전히 달라’라고 할까 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친구들에 대한 변화도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랑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고 거의 매일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거의 25년 된 친구들인데 다시 옛날처럼 얘기할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쁘다. 또 가족들이 이렇게 나를 많이 응원해 주는 지도 처음 알았다. 역시 배우는 TV 출연을 해야 하나 보다. 하하. 공연할 때는 밥은 먹고 사냐고 걱정하고 그러셨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걸 보면서 감사했다. 채송화라는 역할을 맡아서 사람 좋은 척하고 있는데, 내 삶에도 변화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르면 안 될 것 같더라.(웃음)

-남편 반응도 궁금하다. (전미도는 2013년 결혼했다.)
“안 그래도 남편한테 송화 보면서 가증스럽지 않냐고 물어봤었다. 그런데 아주 현명하게 ‘실제랑 똑같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역시 넌 최고다’라고 했다.”

전미도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비스터스
전미도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비스터스

-드라마나 영화로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체기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내 연기가 정형화된 게 아닌가 싶었다. 환경이 좋아지고, 안정적이 되면서 내가 발전이 없는 게 아닌가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마더’ 작가님 때문에 잠깐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런데 그때는 너무 못해서 되게 좌절했다. 카메라가 갑자기 오니까 낯설고 부담스럽더라. 굉장히 당황해서 매체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 ‘변신’을 찍으면서 또 다른 경험을 했고, 재밌다고 느꼈다. 그래서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찰나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나게 된 거다.”

-매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결정됐을 때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제가 여주인공이라고요?’ 했다. 작가님이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시더라. 하루 딱 좋고, 다음날부터 걱정이 생기더라. (매체) 경험이 많이 없고 낯선 얼굴인데, 과연 시청자들이 받아들여줄까 걱정이 컸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에 너무 집착하면 연기가 더 이상해질 것 같더라. 잘 해야지라는 부담감 때문에 힘이 들어간다든지, 매력 있어 보이겠다고 안 하던 짓을 해서 역효과가 날까 봐 (부담감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현장에서 너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들을 다 만들어주셔서 함께하는 배우들과 집중해서 즐기면 내가 갖고 있는 좋은 면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고, 그렇게 믿고 했다.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 하는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고, 힘이 돼줬다.” 

-드라마 현장은 무대와 많이 달랐을 텐데, 어땠나.
“듣기로는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보니 굉장히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주 1회 방영이지 않았나. 그 이유가 더 나은 환경에서 촬영하고 싶어서 그렇게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스태프들이 너무 많이 고생하지 않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모험이지만, 주 1회 방영을 택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쉬는 날이 보장됐다. 아주 좋은 환경에서 촬영하게 돼서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동료 배우들이 여기는 천국이라고 하더라. 다른 곳은 이렇지 않다고. 감독님도 다른데 가서 작업 한 번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야 더 감사함을 느낄 거라고 하하.” 

-조정석과 유연석이 송화 역에 전미도를 추천하거나, 배우 조승우가 존경하는 배우로 꼽는 등 동료 배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왜 그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감사하다. 내가 그분들한테 참 잘 했나 보다.(웃음) 연기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호흡이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배려하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나를 칭찬해 주더라. 그분들도 다 좋은 배우들이고, 생각이 맞닿아있어서 나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차기작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매체 활동 계획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계획돼있어서 이후 계획은 그 후에 구체적으로 세워질 것 같다. 당연히 드라마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안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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