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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③아이스팩
참 요긴한 시원함 ‘아이스팩’, 그 끝을 아십니까?
2020. 07. 01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여름철 특히 더 요긴하게 사용되는 아이스팩은 쓰레기로 버려지면 애물단지가 된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며 무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여름 아이템’들도 다시 전성기를 맞은 모습이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이스팩’이다.

아이스팩은 식품의 변질을 막고 냉기를 유지해주며 사용법도 무척 간단하다. 사시사철 사용되지만, 더운 여름철에 사용량 및 빈도가 급증한다. 각종 식품 구입 및 배송 시에는 물론, 나들이 또는 휴가를 떠날 때에도 ‘필수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 및 의료 현장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생산량만 연간 2억 개에 달할 정도다.

◇ 불에도 완전히 안 타는 아이스팩, 다 쓰면 애물단지 된다

문제는 이처럼 요긴한 아이스팩이 역할을 다한 뒤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고흡수성 폴리머를 폴리에틸렌 등의 포장재에 담은 형태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흡수력이 뛰어난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물을 그냥 얼리는 것에 비해 오랫동안 녹지 않고 냉기를 유지한다.

문제는 버릴 때다. 아이스팩은 소재 및 성분 특성상 분리수거 대상이 아니다. 포장재를 뜯지 않은 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도록 규정돼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끝이지만, 아이스팩의 여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 쓰레기는 각 지자체에 따라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되는데, 아이스팩은 소재 및 성분의 특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소각되지 않고 매립 시에도 수백 년간 자연분해되지 않는다.

행여 바다나 강으로 흘러들어가도 문제가 심각하다. 역시 오랜 세월 분해되지 않은 채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각종 수산물을 거쳐 인간에게 돌아와 해를 끼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아이스팩의 1회 사용시간은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어야 2~3일이다. 그에 비해 아이스팩이 끝을 맞이하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과 과정, 그동안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비교조차 무의미한 수준이다.

◇ 재사용 확산… 친환경 아이스팩 개발도 ‘박차’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스팩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팩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아이스팩의 재사용 촉진이다. 쓰레기로 버려질 경우 처치가 곤란하지만, 얼마든지 재사용할 수 있는 아이스팩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해법이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홈쇼핑 업계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사용한 아이스팩을 회수하고 그에 따른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다. 이렇게 회수한 아이스팩 중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식품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지급했다.

호응은 뜨거웠다. 가뜩이나 아이스팩 처리가 난감했던 소비자들은 쓰레기를 처리하며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고, 식품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비용 감소 효과가 컸다. 이에 현대홈쇼핑은 이 같은 캠페인을 더욱 강화했다. 방문 수거 시스템을 적용하는가 하면, 마장동 축산시장 등 전통시장으로 재사용 아이스팩 보급을 확대했다. 현대홈쇼핑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대통령 표창으로 이어졌다.

아이스팩 재사용 촉진 노력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현대홈쇼핑이 위치한 서울시 강동구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활발해지면서 불과 1~2년 새에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노력는 아이스팩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제조하는 것이다. 아이스팩 쓰레기를 애물단지로 만드는 주범인 플라스틱 소재 및 성분 대신, 각종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아이스팩 개발과 활용이 줄을 잇고 있다.

동원F&B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아이스팩 쓰레기 문제를 해결했다. 자사가 판매하는 생수를 얼려 아이스팩 대체재로 활용한 것이다. 페트병 쓰레기가 발생하긴 하지만, 아이스팩에 비하면 분리수거 및 재활용이 원활하고 환경오염 요소가 덜하다.

쿠팡은 수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한 ‘종이 아이스팩’을 활용 중이다. 생분해성 필름이 코팅된 종이 포장재 안에 물을 넣은 아이스팩으로, 사용한 뒤에는 얼음을 녹여 물을 빼낸 뒤 포장재만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이밖에도 고흡수성 폴리머 대신 친환경 전분을 활용한 아이스팩의 개발 및 적용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이스팩은 요긴하지만 뒤처리 문제가 심각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상징한다. 더불어 아이스팩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움직임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