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9 22:38
[박영재의 향상일로] ‘가족’에 대한 단상
[박영재의 향상일로] ‘가족’에 대한 단상
  •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 승인 2020.09.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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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성찰배경: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사태의 지속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을 선도하는 분들의 언행불일치의 거침없는 행보(行步)들과 예측 불가의 부동산 정책 및 홍수 재난까지 겹쳐 우리 모두 물심(物心) 양면으로 두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가족이나 친지 및 이웃들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힘닿는 데까지 적극적으로 돕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서 도움을 디딤돌로 삼아 정신 똑바로 차려 온몸을 던져 오뚝이처럼 일어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용해 돌려막기 식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뢰를 저버리는 이런 분들은 종국에는 도움을 주신 분들을 포함해 가족들조차 필연적으로 인연을 끊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정신적으로 외톨이가 되어 쓸쓸하게 인생을 덧없이 마감할 것입니다.

한편 통계청에서 발표한 최근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19년의 경우 1인 가구비율은 30.2%이고, 1인 가구수는 614만7,516가구라고 합니다. 사실 이 수치는 가까운 이들조차 고독사(孤獨死)할 처지를 포함해 어려움을 전혀 감지할 수 없는 물리적인 외톨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더욱 경종(警鐘)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우리 모두 때맞추어 곧 다가올 추석 명절 연휴 동안 어려울 때 끝까지 믿어주는 최후의 보루인 가족에 대해 두루 성찰하며, 비록 한 지붕 아래 같이 머물면서도 정신적인 외톨이를 포함해 형편상 물리적으로 외톨이인 1인 가구일 뿐 모두 가족 공동체의 일원으로 유대를 보다 끈끈하게 이어가면서 하루 속히 외톨이에서 벗어나시기를 간절히 염원드려 봅니다.

◇ 우주를 구성하는 3세대 가족

먼저 물리학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순서에 따라, 즉 질량의 크기가 작은 세대부터 1세대(조부모세대)인 전자, 전자중성미자, u쿼크 및 d쿼크와 2세대(부모세대)인 뮤온, 뮤온중성미자, c쿼크 및 s쿼크, 그리고 3세대(자녀세대)인 타우입자, 타우중성미자, t쿼크 및 b쿼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인간세계에 존재하는 3세대로 구성된 대가족 제도와 절묘하게 대비되고 있는데 극명한 차이는 오늘날과 같은 멋진 우주의 구성원인 이들 기본 입자들은 불행하다느니 행복하다느니 하는 분별없이 주어진 상호작용 법칙에 따라 각자 있는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인간세계의 경우에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조부모(祖父母) 세대들이 점점 더 대가족(大家族)에서 분리되며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집안의 멋진 가풍이 담긴 지혜 전수의 단절이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사료됩니다.

◇ 가필리(Gapily) 제창

한편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가족’이란 의미를 지닌 ‘Family’란 합성어는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를 뜻하는 영문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들을 따서 결합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합에는 조부모님들이 설 땅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핵가족 시대와 인간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즈음 지구촌 곳곳에서 노인 소외 및 학대 문제가 점점 심각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언령(言靈)’, 즉 ‘언어에도 신령(神靈)스런 힘이 깃들어 있다’는 금언(金言)처럼 우리 모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소외되어 있는 ‘패밀리(Family)’란 영어 단어를 새롭게 바꾸고 그 뜻을 뼛속 깊이 새기면서 노인 소외 문제를 가족 구성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기적절한 때라 판단됩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널리 쓰이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은 ‘대가족’이란 의미를 지닌 ‘가필리(Gapily)’란 합성어를 새롭게 제창(提唱)하고자 합니다. 이는 “조부모님, 부모님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를 뜻하는 “Grandparents And Parents I Love You”란 영문의 첫 글자들을 취해 새롭게 조합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요즘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부디 우리 모두 타향 어디에 있든지 이번 추석 명절 동안 산 조상, 즉 현재 살아계신 집안의 어르신들은 소외시킨 채 그동안 돌아가신 조상님 섬기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면서 훗날 한(恨)이 맺히지 않도록 가족 공동체의 일원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책무를 철저히 이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여력이 있을 경우 주위도 살펴 소외된 어르신과 이웃들이 계신다면 힘닿는 데까지 보살펴드리면 좋겠네요.

◇ 대가족 제도의 큰 쓰임

사실 대가족 제도에는 다음과 같은 큰쓰임[大用]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족 구성원들 가운데 주로 아버지가 생계를 담당했으며, 어머니는 시집의 멋진 가풍을 온몸으로 익히는 동시에, 조부모님들을 극진히 봉양하면서 자녀 교육을 전담해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하였습니다.

그 본보기로 소동파(蘇東坡, 1037-1101)가 10살 되던 무렵 과단성(果斷性)과 인자(仁慈)한 성품(性品)을 겸비하셨던 어머니께서 <후한서(後漢書)> ‘범방전(范滂傳)’ 가운데 특히, “범방은 한나라 때 관리로 사사로운 인정에 끌림 없이 공평무사하였는데, 이로 인해 권력자의 미움을 사서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범방이 형집행 직전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며, ‘어머니, 아들이 효를 다하지 못하고 황천의 아버지를 따라갑니다.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위로하자, 어머니께서 ‘한 사람이 천고에 이름을 남기고, 또한 오래도록 부귀를 누리는 것이 어찌 둘 다 가능하겠느냐. 아들아! 너는 너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니 어미로써 너를 지지하느니라’라고 하였다”란 대목을 읽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소동파가 당돌하게 모친께, “저도 커서 범방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어머니도 제 뜻에 동의하시는지요?”하고 여쭈었고, 모친은 즉시 “네가 범방처럼 될 수만 있다면, 내가 어찌 범방의 어미처럼 될 수 없겠느냐!”라고 답하며 아들을 격려했다고 합니다.

그 후 참선 수행을 병행하며 청렴결백한 관리로 성장한 소동파는 왕안석이 이끌던 개혁파 세력의 모함으로 죽을 뻔한 위기도 지혜롭게 극복하며 오로지 온몸을 던져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한 삶을 치열하게 살았기에 1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중국인의 심금(心琴)을 울리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사료됩니다.

한편 에이브라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의 경우 어머니인 낸시 링컨은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성경을 읽어주기 시작하였으며, 그를 위해 늘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가 9살이 되었을 무렵 풍토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아들에게 언제 사라질지도 모를 유산(遺産)이 아닌 다음과 같은 값진 유언(遺言)을 남겼다고 합니다.

“부자나 위인이 되기보다는 성경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거라.” 그리고는 아주 낡고 헤진 성경책을 유물로 남겨주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링컨으로 하여금 지혜의 보고(寶庫)인 성경에 일찍이 눈뜨게 한, 이런 어머니 덕택에 훗날 링컨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대가족이 분화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품성 교육은 등한히 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하며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데에 혈안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또한 자녀들은 정을 듬뿍 받으며 성장해야 할 시기에 보모나 보육시설 및 학원 등에 맡겨지면서 아동 및 청소년 학대를 포함해 적지 않은 사회문제들이 끊임없이 언론지상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퇴계이황(退溪李滉, 1501-1570) 선생이 손자를 생각하며 쓴 편지를 모은 선조유묵가서(先祖遺墨家書)를 통해서도 잘 엿볼 수 있는, 격대교육(隔代敎育) 전통을 품고 있는 대가족 제도를 현실에 맞게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사실 조부모님께서 꼭 한 지붕 아래 기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즉, 조부모님들께서 가까운 곳에 사시면서도 얼마든지 손주들을 돌볼 수 있는 동시에, 바쁜 부모세대를 건너뛰고 손주들의 인성 교육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조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분들의 경우에도 찾아보면 의지하는 종교인들을 포함해 그런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주위에 틀림없이 계실 겁니다.

끝으로 필자가 틈날 때마다 인용하는 3세대를 아우르는 아프리카인의 지혜가 담긴 오묘(奧妙)한 시 한 편을 함께 새기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신령스러운 존재이시여!)
아이들을 보살펴주소서. 그들은 가야할 길이 멉니다.
노인을 보살펴주소서. 그들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아이도 노인도 아닌 사람들을 보살펴주소서. 그들은 살림을 책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