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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에세이'] H에게- 트럼프의 무지한 용기
[김재필 '에세이'] H에게- 트럼프의 무지한 용기
  • 김재필 사회학 박사
  • 승인 2020.10.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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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사진과 마스크를 벗고 이륙하는 헬기에 거수경례를 하는 있는 사진을 보면서 혼자 웃었네. 적군의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처럼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면 참 대단한 광대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볼 때마다 코미디언이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오래 기억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야.

그가 백악관에 돌아온 직후에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게나.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놔두지 말라. 우리는 그것을 물리칠 것이다. 우리는 최근에 개발한 최고의 의료기구와 의약품을 갖고 있다.”“나는 20년 전보다 더 좋은 상태다.”자신이 코로나19를 이겨낸 강한 지도자임을 지지자들에게 자랑하면서 자신의 정부 아래서 만든 치료제와 백신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병이니 너무 겁내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일세.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을 빼앗아간 감염병 상황에 관해 그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말과 행동을 해도 되는 건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 트럼프야. 그래서 102 킬로그램 몸무게에 190 센티미터가 넘는 키를 가진 그의 거구가 측은해 보이기도 하네.

『도덕경』 제71장은 지난 4년 동안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자주 상기했던 노자의 가르침일세.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게 최상이다(知不知上)./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척 하는 게 병이다( 不知知病).// 병을 병으로 알 때에만 병이 되지 않는다(夫唯病病 是以不病).// 성인은 병이 없다(聖人不病).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없다(以其病病 是以不病).”

공자도 『논어』 「위정」편 17장에서 제자 자로(子路)에게 비슷한 말을 하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젊었을 때는 고리타분하게 들렸던 말들이지만 나이가 드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되는군.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날마다 엄청난 정보와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어. 아무리 유명한 세계적 석학이라 할지라도 세상사 모든 것에 관해 알 수는 없네. 그래서 겸손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네. 그래서 세상이 점점 더 시끄럽고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비난할 사람은 별로 없네. 대통령이 전문가들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더 비정상적이지.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면 웃고픈 것들이 많아. 그 중 최악의 가짜뉴스는 지난 4월에 있었던 이른바‘살균제 인체 투입’발언이야.“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박멸할 수 있다.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을까?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경악했었지. 그래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나서서 가정용 세제와 살균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경고해야 하는 수고도 했고.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선무당이 사람들 잡을 뻔했다고나 할까.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 기후위기를‘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사람,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대국 미국이 설정했던 가치와 질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사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계속 외치고 있지만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는 사람, 21만 명 이상의 국민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19를 감기 같은 대수롭지 않은 질병으로 여기고 마스크도 쓰지 않고 버티다가 그 감염병에 걸린 사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무식한 떠버리(ignorant blowhard)’ 트럼프를 미국인들은 다시 대통령으로 뽑을까?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트럼프는 막말과 거짓말만 지껄이는 무식한 떠버리였던 게 사실일세. 그런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지구촌 모두 편안할 날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네. 왜냐고? 싫든 좋든 미국은 현재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강의 ‘제국’이고 패권 국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