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란 쉽게 말해 ‘물(H₂O)’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용시에는 기존 수소와 마찬가지로 물만 방출하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 이것이 수전해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 비용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 상용화까진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옛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아니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수소 에너지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속담이다. 원자력, 화력발전 등 기존의 에너지 산업보다 효율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로 수소 에너지 산업을 국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우리나라의 ‘수소경제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벌써 ‘반’이나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한들, 결국 계획을 완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수소경제사회로 돌입한 것은 큰 성공이라 볼 수 있겠지만, ‘100% 친환경 수소 에너지의 이용’이라는 최종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수소는 석탄, 천연가스(CH₄) 등의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개질 수소’로 수소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수소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개질수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생산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소생산기술이 바로 ‘수전해’라고 입을 모은다.

수전해란 쉽게 말해 ‘물(H₂O)’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용시에는 기존 수소와 마찬가지로 물만 방출하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 이것이 수전해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한 수소생산원료가 지구상에서 매우 풍부한 물이기 때문에 자원고갈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 수전해 수소생산의 3가지 대표 기술 ‘PEM’ ‘알칼라인’ ‘고온수증기’

그렇다면 수전해 기술의 원리와 주로 사용되는 대표기술들은 무엇일까. 수전해 방식은 크게 △양성자 교환막 수전해 기술(PEM)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AE) △고온 수증기 수전해 기술(HTE)으로 나뉜다.

PEM 수전해 기술은 백금촉매와 양성자 교환막 장치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양성자 교환막은 열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전기 에너지를 가해 수소와 산소가 전자 화학반응을 통해 얻은 화학 에너지를 변형시킬 수 있는 장치로 수소와 산소를 직접 연소시킬 필요가 없다.

양성자 교환막 장치에 직류 전압이 인가되면 물은 양극 또는 산소 전극으로 공급된다. 이때 공급된 물은 산소와 양성자로 산화되며 전자는 방출된다. 이후 양성자 (H+ 이온)는 PEM을 통과해 수소 전극으로 이동해 회로의 다른 쪽에서 전자를 만나고 우리가 사용하는 수소로 환원된다.

PEM 수전해 기술은 전류밀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법으로 평가받으며, 장치의 크기도 작아 생산설비의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온 수증기 수전해 기술과 마찬기지로 전해액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된 수소의 순도가 매우 높아 PEM 수전해 기술은 미래 수전해 수소생산분야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양성자 교환막과 백금 촉매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국내외 수전해 수소생산기술을 연구하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해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소생산기술 연구기업 엘켐텍에서 2003년부터 100억원가량의 비용을 투자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전해 수소생산 장치 연구 기업 엘켐텍 관계자가 PEM형 수전해장치를 시연하는 모습./ 뉴시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수전해 기술인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전해액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이다.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는 20~40% 농도의 수산화칼륨(KOH), 수산화나트륨(NaOH) 전해액과 수산화이온(OH-)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분리막, 촉매로 구성된다.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현재 수전해 기술 중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1세대와 2세대, 2.5세대로 세분화할 수 있다. 1세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분리막에 다공성막과 귀금속의 촉매를 사용하는데,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만 설계돼 한계가 있다. 

2세대와 2.5세대의 경우 분리막에 각각 복합막(Zero-gap), 고분자막(MEA)를 사용하며, 비귀금속 소재인 철, 니켈 등을 촉매로 사용하고 있다. 2세대와 2.5세대의 경우, 고가의 귀금속을 필요로 하지 않아 초기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용량에 적합하며,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낮은 효율 △전극 부식 △전해액 보충 등의 단점은 존재한다.

고온 수증기 수전해 기술(HTE)은 물을 분해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에너지가 고온에서 더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적은 전기에너지로 고효율의 물 분해가 가능하다. 또한 고체산화물전해질(Solid Oxide Electrolyte)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식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해액(전기분해할 때 전해조에 넣어 이온 전도의 매체 역할을 하는 용액)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 유지 및 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온 수증기 수전해 기술은 수중기를 700℃ 이상으로 가열하는데 추가 열원이 필요하고, 고온의 작동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충분한 내구성을 가진 고체전해질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상태다. 때문에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전해 기술은 양성자 교환막 수전해 기술과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수전해 수소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과 앞서 설명한 PEM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독기술보다는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발전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전해 수소생산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전기요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에너지가 오히려 많이 소모되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타 재생에너지와의 연동’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픽사베이

◇ 수전해 수소의 아킬레스건 ‘비용문제’… 재생에너지 연계로 돌파구 찾을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준비돼 있는 단계다. 특히 알칼라인의 경우엔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까지 기술이 발전됐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에서 친환경과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반드시 고려돼야하는 부분이 ‘경제성’이다. 수전해 수소가 모든 방면에서 개질수소보다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개질수소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수소제조 비용 지난해말 기준 수전해 수소 생산원가는 1kg당 2,424~7,273원으로 1kg당 720~1,567원인 천연가스 개질방식보다 훨씬 비싸다. 업계에서는 유통, 보관 등 비용까지 더해지게 된다면 일반인들에게 판매될 그린 수소 원가는 1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전해 방식의 비용이 높은 이유는 값비싼 귀금속 촉매(PEM 수전해 기술의 경우)가 사용된다는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력소모비용’이다.

모든 수전해 기술의 기본 원리는 물을 ‘전기분해’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사용할만큼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게되면 막대한 전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전해 장치 가동을 위해 전력을 생산할 때 화력발전 등의 발전시설을 가동하게 된다면 그린 수소의 친환경 에너지로써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전해 수소 생산의 비용 및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풍력, 태양광 등 타 재생에너지와의 연동’을 제시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경우 일조량 및 바람세기가 일정치 못해 발전량도 변동이 심하다. 이때 발생하는 ‘잉여전력’은 사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게 되는데, 이 잉여전력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자는 것.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미활용 전력을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2022년엔 2만톤, 2025년 7만톤, 2030년 21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기상 조건 등으로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 인해 수전해 장치의 수명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 ‘부하변동’ 문제가 존재한다. 재생에너지가 수전해 장치에 부하(전기회로에서 전류의 일정 분량을 의도적으로 출력 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 대비 20% 이하로 공급되면 수소와 산소가 섞여 폭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부하변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희 박사 연구진이 지난 6월 ‘부하변동 대응형 수전해 스택’ 개발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진은 “간헐성과 변동성이 태양광, 풍력 등의 큰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더라도 내구성과 효율이 높은 전극과 분리막을 자체 개발했으며, 이 스택기술을 통해 수전해시스템을 모듈화하는데 성공했다”며 “이 기술을 통해 수소생산 효율을 82% 이상까지 끌어올렸고, 부하변동 시 발생할 수 있는 가스혼입 및 전극 효율 문제를 해결해 보다 넓은 출력범위(5~110%)의 연계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수소 업계에서는 김창희 박사 연구진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부하변동 대응형 수전해 스택기술이 수소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그린 수소 생산과 수소관련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전해 수소 기술은 결국 수소경제의 최종 목표다. 전세계 수소기술 선진국들은 이를 인지하고 수전해 수소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중 유럽국가들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픽사베이
수전해 수소 기술은 결국 수소경제의 최종 목표다. 전세계 수소기술 선진국들은 이를 인지하고 수전해 수소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중 유럽국가들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래픽=박설민 기자

◇ 수전해 기술 투자 앞서가는 유럽… 우리나라 정부, 산·학·연도 기술개발 ‘총력’

비용, 부하변동 문제, 효율성 등에서 아직까지 불완전하다고 평가받곤 있지만, 그 잠재성이 무한하기 때문에 수전해 수소생산은 전세계적으로 연구 개발이 활발한 추세다. 현재 글로벌 선진국들 가운데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7월 발표한 ‘유럽수소전략’에서 오는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 확충 및 개발에 약 420억유로(한화 약 57조원)을, 오는 2050년까지는 최대 4,700억유로 (한화 약 640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미 유럽은 연간 980만톤의 수소를 생산해 사용하며 글로벌 수소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만큼 그린 수소의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적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EU집행위원회는 수전해 수소생산 목표를 총 3단계로 나눴다. 세부적으로는 △2020~2024년까지 최소 6GW규모의 재생에너지 수전해 설비 건설 및 100만톤의 그린 수소 생산 △2025~2030년까지 최소 40GW 재생에너지 수전해설비 건설 및 최대 1,000만톤의 그린수소 생산 △203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25%를 그린 수소로 충당해 탈산소화가 힘든 산업분야에도 그린 수소를 보급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 단계별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산업계, 시민, 정부 등이 참여하는 ‘유럽청정수소연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그린 수소 사회 진입에 앞서나가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정부는 ‘그린 수소만이 미래에 지속가능한 유일한 에너지’라는 기조 아래 수전해 설비를 2030년 5GW, 2035년 5GW로 총 10GW 규모를 건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 관계부처들과 산·학·연을 중심으로 수전해 수소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소경제사회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는 2022년까지 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100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실증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또한 수전해 수소 생산의 효율을 기존 55%에서 70%까지 증진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 경제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대용량 알칼라인 수전해기술 확보(단일스택 기준 시간당 수소생산량 15kg) △2030년까지 수전해 시스템 수소 1kg생산당 전력소비량 50kWh이하 달성 △2030년 이후 수전해 시스템 수소 1kg생산당 전력소비량 43kWh대 달성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기반의 개질 수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한 중간다리 역할”이라며 “정부는 순수한 친환경 수소인 수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수전해 수소의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그린 수소의 생산 기반이 확충된다면 지속가능한 수소경제의 실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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