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3일 여야는 ‘국정감사 지령’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한 언론매체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국정감사 질의 때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정책 질의는 밤으로 미루라는 원내대표 요청사항이 문자메시지로 돌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지난 1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일부 의원 보좌진 사이에서는 ‘원내대표 요청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가 공유됐다. 해당 문자에는 ▲국감 질의는 ‘문재인 정권 실정 비판’에 집중 ▲우수국감 선정기준도 ‘문재인 정권 실정 비판’을 가장 우선 순위로 할 것 ▲이슈에 대해 팀웍, 팀플레이로 질의하고 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끈질기게 질의해 의혹을 규명할 것 ▲정책질의는 가능하면 오전, 오후보다는 심야에 할 것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측에서는 "오보이며, 이런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3일 해당 문자를 ‘정쟁국감 지령’이라고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고, 이날 국회는 해당 문자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해당 문자에 담긴 지시를 실제로 했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시선으로는 이 지시에 담긴 취지는 비판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입법부는 행정부 감시·견제 기능을 갖고 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하는 것이다. 고로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거나,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야당은 이를 찾아내고 비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라'면서 정책질의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밤에 하라는 문구는 국정감사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불러왔다. 이 지시는 낮에는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정작 중요한 정책질의는 관심이 떨어지는 밤에나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국민의 삶과 밀착돼 있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정책은 정쟁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도 된다는 지시인 것일까. 정쟁을 강화해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때, 국민의 마음이 국민의힘으로 쏠릴까. 오히려 정쟁에 지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국민들은 ‘국회는 싸우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같은 지시는 국민의 ‘정치혐오’ 강화에만 일조할 뿐이다. 

지도부가 실제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해당 문자에 담긴 인식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의와 동떨어진 정쟁을 목표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싶다면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부분에서의 실정을 찾아내면 될 일이다. 남은 2주간 우리는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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