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전하며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은 사유리씨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지만, 일각에서는 국가가 자발적 비혼모가 되려는 사람의 임신·출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를 비판하는 측은 국가가 ‘정상가족’의 재생산만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상가족이란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에 따라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완전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완전’하다는 논리에서 나온 용어다.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30.7%로, 2012년(22.4%)에 비해 8.3%p 증가했다. 사회의 인식은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탈피하고 있는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발적 비혼모가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출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명윤리법 제24조에는 시술대상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 서면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모자보건법은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법’이며, 자발적 비혼모의 시술을 규제·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사유리씨가 한국에서 시술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 때문이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는 ‘체외수정시술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법상으로는 비혼모의 출산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는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시술을 거부해 실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시술이 어려웠던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관련 논란에 대해 “복지부는 이러한 불필요한 지침 수정을 위한 협의 조치에 들어가 달라”며 “제도 개선에 필요한 사항은 역시 국회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은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0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법과 제도에 담아내기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외에도 여러 정치인들이 사유리씨 소식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말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고자 한다면, ‘일회성 관심’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두고 ‘비혼 출산이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로 면피해선 안 된다. 불법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시술을 받을 수 없던 사유리씨의 사례가 이미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 제도의 보완을 통해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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