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로 인해 농축산물 가격 인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부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 명절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농림축산어민들을 돕고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선물 가액 상향 조치가 가뜩이나 오른 농축산물 가격 인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 설 명절 앞두고 농축수산 선물가액 10만원에서 20만원 상향 

지난 19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및 농수산물 소비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1월 15일부터 2월 14일까지 설 명절 전후로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대상 품목은 한우와 생선, 과일, 화훼 등 농축산물이나 농축수산물을 원료의 50% 이상 사용해 가공한 홍삼, 젓갈, 김치 등이다. 

정부는 어려운 농가를 살리고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 농수산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소비 감소, 학교급식 중단 등 농수산물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과·배·인삼·한우·굴비·전복 등 주요 농수산물은 명절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귀성인구 감소로 관련 소비가 줄 경우, 농어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한파로 인해 농작물 냉해 피해까지 급증해 농가들의 어려움을 가중된 실정이다. 

정부는 작년 추석에도 같은 취지로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의 선물가액을 일시적으로 상향 조치한 바 있다. 정부 측은 “지난해 추석기간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한 결과, 농수산 선물 매출이 전년 추석에 비해 7% 증가하고, 10~20만원대 선물이 10%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번 조치가 농수산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10~20만원 대의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라인업을 강화하며 고객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선물가액 상향 조치로 고가의 선물세트 판매가 허용되면서 가뜩이나 오른 식재료의 물가 상승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선물가액 한도가 높아지면서 9만원대 세트가 10만원 이상 가격에 판매되는 등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될 경우 선물세트가 아닌 일반 식재료 상태로 구매하는 각종 농축수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난해 추석 김영란법 기준이 완화될 때 대표적인 선물 품목인 한우 가격은 급등세를 보인 것이 이러한 우려의 근거로 제시됐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1주전 한우 가격은 등심 1kg에 10만3,933원으로 전년 추석 1주전 8만3,771원에 비해 24% 상승했다. 

우선 최근 농축산물 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7(2015=100)로 전년 동기보다 0.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품질성질별 동향을 살펴보면 국민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기보다 9.7% 상승했다. 세부적으론 농산물 11.3%, 축산물 9.4%, 수산물 4.9%씩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의 한시적인 완화로 고가의 선물세트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개별 품목의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1월 들어서도 고기, 계란, 과일류 등 식품 물가가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돼지·한우 가격 상승, 자연재해에 따른 작황 저조, 명절 품목 수요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고가 선물세트 확대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물가에 영향 없을 듯” 

그렇다면 김영란법 완화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통계청과 학계에선 김영란법 완화가 특정 농축산물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의 한시적인 완화로 고가의 선물세트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개별 품목의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농축산물의 소비자물가 상승세엔 출하량과 AI, 자연재해, 코로나 이슈 등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추석 한우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인 것도 김영란법의 일시적인 완화 이슈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한우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상승세를 보여오고 있다”며 “한우의 생산량이나 출하량이 변동이 없었음에도 이 같은 가격 변동 차이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이 줄고 마트에서 고기를 사와 집에서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에 따른 소비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고가 명절선물 세트 품목인 한우의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상승세를 보여 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한우 등심(1kg)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6월 3일 10만29원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10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추석 연휴 기간을 맞아 수요 증가로 10만4,000원대까지 올랐다. 그후 소폭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가격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21일 기준 한우 등심(1kg) 소비자가격은 10만1,816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9% 상승한 수치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정부의 일부 제도적인 변화가 일부 상품에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김영란법의 한시적인 완화에 따른 선물세트 수요 증가는 일시적인 요인이다. 전체 식품 개별 품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태윤 교수는 “고기나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전체 식재료의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급 안정화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적절하게 농축산물의 공급을 늘려야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10대 설 성수품 공급을 평상시 대비 1.4배 확대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9만2,517t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가격이 오른 사과·배 등 과일과 축산물 가공품 선물세트에 대한 할인 행사 계획도 밝혔다.  
 

※최종결론 : 사실 아님

근거자료

- 통계청 ‘2020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국내 축산물 시장 동향 자료  

- 통계청 물가동향과 관계자 인터뷰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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