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도쿄올림픽 2020이 17일간의 여정을 끝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이한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때보다 IT기술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2020’이 8일 무사히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진행된 이번 도쿄올림픽은 어떤 의미에선 전 세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올림픽 중 하나일 듯하다

특히 역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진행된 이번 도쿄올림픽은 흥행 여부를 떠나서 그 어느 때보다 정보통신(IT)기술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비대면 올림픽 중계부터 방역까지, 이번에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과 오는 24일부터 막을 여는 도쿄패럴림픽 2020 속에 숨은 IT기술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5G부터 AR까지”… 최신 IT기술 총집합한 중계기술 ‘눈길’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IT기술은 ‘중계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올림픽 현지를 방문하지 않고 TV중계를 통해서만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무관중으로 진행된 이번 올림픽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안방에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IT기술들이 경기 중계에 적용됐다.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최대 이동통신사 NTT에서 증강현실(AR)기술을 적용해 제공한 경기 관전 서비스다. NTT는 △요트 △수영 △골프 3가지 종목에서 경기 AR 적용 관전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드론으로 찍은 경기 영상을 4K화질로 합성한 후 5G통신을 이용해 경기장 내 대형 화면에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특히 수영 경기의 경우, 일부 입장이 허가된 관중들에게 실시간으로 자세한 경기 정보를 표시해주는 AR글래스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요트 경기의 경우엔 먼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유람선 관람객들에게 12K해상도의 영상을 AR화면으로 제공해 마치 눈 앞에서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듯한 중계를 제공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올림픽이 진행된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운영진이 최대한 실감나는 경기를 IT기술로 중계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위쪽 사진)수영 종목의 경우, AR글래스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경기 정보를 알려줬고, 요트 경기(아래쪽 사진)에서는 먼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유람선 관람객들에게 12K해상도의 영상을 AR화면으로 제공해 마치 눈 앞에서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듯한 중계를 제공했다./ 사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첨단 IT기술은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에서도 돋보였다. 지난달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글로벌 IT기업 인텔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824대의 드론들을 하늘에 띄워 도쿄올림픽 공식 엠블럼과 지구의 형상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8일 개최된 도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AR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화려한 금빛 오륜기가 하늘을 수놓으며 다소 ‘초라했다’는 평을 받았던 도쿄올림픽 2020 개막식의 아쉬움을 덜어냈다.

정적인 경기 방식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양궁 경기에는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띄워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는 세계양궁연맹(WA)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해 이번 도쿄올림픽부터 처음 도입된 중계 방식으로 가만히 서서 번갈아 활만 쏘는 양궁의 긴장감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의 경우엔 올림픽 기간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스포츠 팬들을 위해 ‘삼성 갤럭시 도쿄 2020 미디어센터’를 개설했다. 3D화면으로 구성된 삼성 갤럭시 도쿄 2020 미디어센터는 실시간으로 올림픽 관련 영상 및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쿄올림픽2020에서 개막식과 폐회식에서 돋보인 IT기술들. 폐회식(위쪽 사진)에서는 AR기술을 활용해 금빛 오륜기를 만들어 하늘을 수놓았고, 개막식에서는 2018평창 동계올림픽처럼 수천대의 드론이 지구본 형상을 만들어냈다./ 사진=올림픽 공식 유튜브 캡처

◇ “선수 훈련부터 오심 판정까지”… 경기 내적 존재감 드러낸 IT기술들

이번 도쿄올림픽에 적용된 IT기술은 개막식과 폐회식, 경기 중계 등 ‘볼거리’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능률 향상부터 심판 판정까지 경기 내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올림픽 개막식에서 화려한 드론 쇼를 선보였던 인텔의 경우, 선수들의 훈련에 3DAT(3D 선수 트래킹)기술을 지원했다. 3DAT란 인공지능(AI)와 첨단 컴퓨터 비전 모션 추정 기능이 결합된 플랫폼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에서 영상을 수집하고, AI로 선수들의 자세 및 인체역학 등을 분석해 선수 훈련 등에 활용됐다.

유명 스위스 시계 제조사인 오메가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모션 센싱 및 포지셔닝 감지시스템’을 제공했다. 출전 선수들은 AI 기반의 소형 센서가 부착된 조끼를 입고 경기를 치렀다. 해당 센서를 통해 선수들의 실시간 위치, 가속도, 감속도 등의 데이터가 1초에 약 2,000여개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정확한 경기 판정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이용됐다. 오메가의 센서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적용됐는데, 하계 올림픽에서 이용된 것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처음이다.

판정 부문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아이(Hawk-eye-)’가 눈길을 끌었다. 이름 그대로 ‘매의 눈’을 뜻하는 호크아이는 초고속 카메라 수십대로 공의 위치를 촬영하고 영상을 결합해 3D이미지로 공의 모습을 구현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하고, 라인 밖으로 벗어났는지, 혹은 골인인지, 부정 터치를 했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배구, 야구, 축구 등 다수 구기종목에서 사용돼 오심의 확률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IT기술은 선수들의 경기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을 줬다. 특히 세계 최강 한국 양궁팀 역시 딥러닝 기반의 AI코치와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장치 등으로 훈련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현대자동차

◇ 3관왕 달성한 대한민국 양궁도 첨단 IT기술이 역할 ‘톡톡’

아울러 IT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큰 효과를 얻은 국가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빛 화살을 날린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으로 꼽힌다. 대한양궁협회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도입했다. 

먼저 딥러닝 기반의 ‘AI코치’는 선수 영상과 표적 영상의 주요 장면을 포착해 하나의 영상으로 자동 편집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과 코치진은 영상을 편집하는데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크게 줄였고,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양궁협회와 현대자동차가 선수들에게 제공한 두 번째 IT기술은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장치’다. 선수들 몸에 별도의 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웹캠과 줌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선수의 얼굴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선수의 긴장 및 이완 상태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현대자동차 측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심장 박동에 따라 얼굴의 색이 미세하게 변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이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모델에 적용된 ‘운전자 부주의 경보 시스템(Driver State Warning system)’이 비전 인식 기술과 동일한 원리로 운전자의 홍채와 안면을 인식해 안전운전을 돕는 것과 같다.

현대자동차는 “양궁선수들을 후원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제공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현대차그룹의 기술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해당 기술을 검증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 분석 및 원거리 센서를 이용한 비접촉 측정 기술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양궁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을 뒷받침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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