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라면식품기업들이 잇따라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기업들은 원재료 및 제반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단체는 가격 인상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시민의 모습. /뉴시스
최근 주요 라면식품기업들이 잇따라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기업들은 원재료 및 제반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단체는 가격 인상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시민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오뚜기를 시작으로 주요 라면식품기업들이 잇달아 라면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이번 인상을 두고 원재료‧제반비용 상승이 주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라면업계의 도미노 인상 행렬에 소비자단체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삼양식품과 팔도는 자사 라면가격 인상 계획을 13일 밝혔다. 삼양식품과 팔도는 오는 9월부터 라면가격을 평균 7%(삼양), 8%(팔도) 가량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불닭볶음면을 비롯한 13개 제품, 팔도는 전 제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번 인상은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2017년 5월, 팔도는 2012년 6월 이후 첫 인상이다.

지난 2008년 4월 이후 첫 인상인 오뚜기는 지난달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이달 1일부터 진라면‧스낵면‧육개장 등 주요 라면가격 제품을 평균 12% 가량 인상했다. 오뚜기에 이어 농심은 지난달 29일 평균 7% 가량의 라면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고 이달 16일부터 신라면‧안성탕면‧육개장사발면에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다.

이러한 라면식품기업들의 잇단 가격 인상은 밀가루‧팜유 등 핵심 원재료의 가격 상승이 주 요인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해당 국제 원재료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소맥분(밀가루)의 경우 이번달 평균가격은 1부셀(27.2kg)당 지난해 9월 대비 32% 가량 상승했다. 팜유 역시 동기간 대비 1메트릭톤(1,000kg)당 50% 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인건비‧물류비 등 제반비용의 상승도 라면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오뚜기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라면가격 인상과 관련해 “원자재 값 상승과 함께 포장, 물류비 상승이 주 원인이다”며 “회사 입장에선 매년 가격인상 여부를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장기간 이어오다 13년 만에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측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경쟁업체들이 인상한다고 해서 따라 인상한 것은 아니다”며 “4년 만에 첫 인상이기에 원재료, 제반비용 상승 요인뿐만 아니라 전체적 제반 경영사항을 신중히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라면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바이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간편식품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다소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원재료‧제반비용의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매출은 늘었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본다”며 “원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등 경영 제반비용의 전체적 상승 또한 이익 규모가 낮아진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식품기업들의 잇단 인상 발표에 소비자단체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라면가격 인상에 대한 성명서를 지난달 22일과 이달 3일, 두 차례 발표하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회 소속기구 물가감시센터는 오뚜기·농심 라면가격 인상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라면식품기업이 내세운 원재료 비용 상승이 인상요인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명서 내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원재료 가격은 하락추세였다는 점, 원재료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12년에 비해 현재 가격이 낮다는 점을 들어 이번 인상의 이유로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올해 1분기를 제외하면 해당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이 수년간 증가추세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라면가격 인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라면식품기업들의 잇단 인상계획 발표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식품으로 외식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이기에 지금이라도 가격 인상률을 낮추거나 인상계획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재료가 인하됐을 때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인상될 때는 소비자가에 반영하는 업체들의 행태가 시정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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