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경질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도중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청와대측은 윤 대변인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경질 사유를 밝혔으나 윤 대변인이 방미 도중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윤 대변인이 그간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를 보여주는 대표인선으로 꼽혀왔기 때문에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윤창중 대변인이 10일 고위공직자의 부도덕한 행위로 전격 경질됐다. 일각에선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9일 박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창중 대변인이 수행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윤 대변인을 전격 경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홍보수석은 윤 대변인의 경질 사유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을 뿐, 부차적인 설명을 피했으나 일각에선 미주 사이트에서 제기된 ‘성추행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대변인의 성추행설을 최초로 제기한 미주최대의 여성커뮤니티사이트 ‘미씨유에스에이(Missy USA)’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씨님들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 9일 오전 6시8분경 올라왔다. 윤 대변인의 경질이 이뤄지기 전의 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 7일(현지시간) 윤 대변인은 워싱턴 D.C. 숙소 인근 바에서 대사관 인턴여대생 A양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A양에게 성추행을 저지르고 심한 욕설을 했고, 이후 A양이 미국 경찰에 윤 대변인을 성법죄로 신고했다. 윤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출석요구에 즉각 공항으로 이동해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알려졌다.

현지사이트에서 퍼진 ‘성추행’ 의혹이 증폭되면서 주미한국대사관 또한, 윤 대변인에 대한 자체조사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방미 도중 윤 대변인을 경질했다는 것이 성추행 의혹의 신빙성을 뒷받침 하는 게 아니겠냐며 청와대가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 사건 축소에 나선 것이라고 의구심을 전했다.

박 대통령식 '불통인사'가 낳은 예고된 참사?

한편, 윤 대변인의 경질이 알려지자 여야에서는 모두 논평을 내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측은 이번 윤 대변인의 사건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축소될까봐 우려를 전하는 반면, 민주당측은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가 맺은 ‘예고된 참사’라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새누리당은 10일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미스러운 의혹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진상이 파악될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현주 대변인은 “그나마 청와대가 윤 대변인을 신속히 경질하고 사건을 공개한 것은 다행”이라며 “다만 개인적인 잘못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가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첫 해외순방이라는 중요 국가행사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로 그동안 불통인사, 오기인사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윤창중 대변인이 업무뿐 아니라 인격 면에서도 자격미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가 보고를 받고 경질한 과정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과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에 임명됐을 당시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거센 ‘임명철회’ 요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윤창중 씨는 보복과 분열의 나팔수”라며 “대선 이후에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을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했다. 박근혜 세력이 단 칼로 한 방으로 박근혜 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등 증오의 선동을 계속해오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의 인격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계속됐고, 임명 철회 요구가 거세게 불었으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에 이어 청와대의 공식 ‘입’, 대변인 자리에 앉혔다.

이에 박 대통령이 ‘불통인사의 끝을 달린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진 바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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