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는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기 이전에 해태아이스크림의 내부 효율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빙그레
지난해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는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기 이전에 해태아이스크림의 내부 효율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빙그레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가 올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부문을 제외하고 뚜렷한 인수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빙그레는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적자구조 개선 등 해태아이스크림의 내부 효율화 작업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 매출 확대, 영업익 큰 폭 감소…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영향’   

지난달 15일 공시된 빙그레의 올 3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3,544억원, 1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과 비교해 매출액은 28.5% 증가(787억원↑)했지만 영업익의 경우 12.0% 감소(25억원↓)했다. 누적 실적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는데 연결기준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7% 증가(1,752억원↑)했고 영업익은 29.8% 감소(161억원↓)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지난해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영향이 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1,325억원)를 인수하고, 6개월 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으며 자회사로 편입을 완료했다. 

빙과업계 4위 업체를 인수한 빙그레는 올해 창립 이래 첫 매출 1조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빙그레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9,130억원으로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인수 효과로 국내 빙과시장에서 입지 또한 급부상했다. 식품산업정보통계정보시스템(aTF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빙그레(28.0%)와 해태아이스크림(12.2%) 빙과시장 점유율의 합은 40.2%로, 롯데그룹 빙과사업부문(롯데제과‧롯데푸드) 점유율(45.1%)을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매출 성장과 함께 영업익이 부진했던 요인도 해태아이스크림에 있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빙그레 실적에 반영된 해태아이스크림 영업익은 44억원 적자로 시작해, 올 상반기에는 2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판매·관리비용(이하 판관비)의 증가도 한몫했다. 올해 연결기준 1~3분기 누적 판관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4% 증가(582억원↑)했다. 특히 운송보관비가 94억원 대폭 상승(66%↑)한 것과 함께 합병과정에서 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비용 증가도 부진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빙그레의 연결기준 1~3분기 누적 감가상각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억원 증가(70.4%↑)했으며, 무형자산상각비는 지난해 대비 66억원 증가(622%↑)했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감가상각비는 2025년 3분기까지 매분기 약 20억원씩 발생해 이익 성장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내부 효율화가 급선무”

빙그레의 질적 성장은 해태아이스크림 실적 개선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당분기 영업익이 18억원으로 흑자전환 된 부분은 긍정적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양사의 생산·물류 등 인프라 결합을 통한 물류비용 절감이 향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 생산·물류·영업 등 부문에서 통합 없이 개별 운영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빙그레 측은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정상화, 내부 정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통합에 대한 논의는 실적 개선이 이뤄진 뒤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재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적자구조 개선을 위한 내부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통합에 앞서 해태아이스크림 내부 정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빙그레는 인수 시너지로 해외매출 비중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빙그레는 인수 계약 체결 직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배경으로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제품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부문과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특히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매출 비중은 올 1~3분기 아이스크림 부문 누적 매출(3,657억원) 기준 9.9%(364억원) 규모다. 현재 해외매출은 빙그레 제품으로만 이뤄져있다. 향후 해태아이스크림 제품을 활용해 해외매출 비중을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제품의 해외출시 또한 내부 효율화 작업을 거친 뒤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 제품군 수출 역시 내부 효율화 작업을 거친 뒤 진행할 예정”이라며 “(해외수출 판매 확대를 위해) 현재는 현지 주요 대형 유통채널 입점 확대, 로컬 소비자 공략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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