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필모그래피 쌓고 있는 배우 김다미. /앤드마크
차근차근 필모그래피 쌓고 있는 배우 김다미. /앤드마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18년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로 데뷔한 김다미는 신선한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로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고, 최근작 ‘그 해 우리는’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며 존재감을 굳혔다.  

특히 지난달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연출 김윤진, 극본 이나은)은 김다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작품이다. 데뷔작부터 세고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는 ‘그 해 우리는’을 통해 한층 편안한 호흡으로 평범한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김다미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 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이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인기로 강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첫사랑 역주행 로맨스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다시 얽히면서 겪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진솔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9위에 오르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김다미는 극 중 성공을 위해 직진하는 현실주의 홍보 전문가 국연수를 연기했다. 김다미는 성공만 바라보고 거침없이 달려온 당찬 청춘의 얼굴을 담백하게 그려내면서도, 내면에 상처와 공허를 안고 살아가는 연수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특히 벽을 쌓고 살아가던 연수가 웅을 만나고 소중한 이들을 통해 변화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데뷔작 ‘마녀’에 이어 다시 연기 호흡을 맞춘 최우식과도 한층 단단해진 시너지를 완성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 해 우리는’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김다미. /앤드마크
‘그 해 우리는’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김다미. /앤드마크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다미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택한 작품”이라며 “국연수로 존재하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전 세계 9위에 오르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한 소감과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몰랐다. 대본을 정말 재밌게 봤고 상대배우가 (최)우식 오빠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과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재밌게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시너지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정말 즐겁게 찍었다. 우리가 이렇게 재밌게만 한다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또 드라마에 악역이 없잖나. 모든 인물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5~6부 나가고 나서, 많은 분들이 촬영하고 있는 걸 지켜봐 주시더라.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때 체감했다. 또 드라마에 예쁜 장소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찾아가시기도 하시더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계시구나 느껴서 정말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웅이랑 연수가 어딘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그 해 우리는’는 연수는 영화 ‘마녀’부터 ‘이태원 클라쓰’까지 그동안 보여준 인물들과 결이 다른 인물이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는 굉장히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이 든다. 그동안 캐릭터성이 짙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최대한 현장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뭔가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기보다 현장에서 오는 느낌이나 웅이와의 호흡에 집중했다. 10년 동안 알고 만나고 헤어진 웅이와의 관계를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과정들이 연수 캐릭터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 해 우리는’에서 국연수를 연기한 김다미. /SBS ‘그 해 우리는’
‘그 해 우리는’에서 국연수를 연기한 김다미. /SBS ‘그 해 우리는’

-연수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10년이라는 세월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을 하는 연수의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말투나 톤에서 조금씩 차이를 두면서 하려고 했다. 발성에 차이를 두기도 했다. 이를 악물고 말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 조금 더 툴툴대고 어린 느낌을 주려고 했다. 더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 톤도 올리려고 노력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연수를 표현할 때는 또박또박 이야기하려고 했고, 회사와 일상적인 모습도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은 다르게 하려고 했다. 또 웅이와 있는 연수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최대한 웅이와 같이 호흡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숨기고 아픔을 홀로 견디는 연수의 선택들에 공감되지 않은 점은 없었나.   
“연수가 웅이에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이 이해가 됐다. 나 역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상대방에게 짐을 나눠주고 싶지 않아서 말을 잘 못했을 것 같다. 다만 연수가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시간이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조금 더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마녀’에 이어 최우식과 다시 만났다.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정말 재밌게 찍었다. 이미 친해져 있는 사이라 친해질 시간이 없어도 첫 촬영부터 첫 촬영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웅이로서, 연수로서 작품에 임했다. 웅이가 없었다면 연수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의지하면서 재밌게 찍었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김다미. /앤드마크
앞날이 더 기대되는 김다미. /앤드마크

-웅이뿐 아니라, 할머니와의 장면들도 재밌고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할머니 앞에서의 연수는 어떤 모습으로 담고자 했나. 
“연수는 외유내강인 인물인데, 할머니 앞에서만큼은 애교도 많이 부리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연수에게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에 할머니에게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데뷔작부터 ‘그 해 우리는’까지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작품을 선택할 때 물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진 않는다.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정말 많다. 이 작품을 임할 때도 흥행에 목표를 두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른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해 우리는’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나도 이제 연수와 비슷한 나이가 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의 모든 시절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이에 그런 캐릭터를 만나서 더 특별했다. 20대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연애와 공감할 수 있는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해 우리는’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 나도 잊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필모그래피에 정말 좋은 작품을 남긴 것 같다. 감사하다. 웅과 연수의 결혼으로 끝이 났지만,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웅연수’를 상상해 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나를 알아가고 키우면서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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