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의류업체 신원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성철 회장, 박정빈 부회장 부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중견 의류업체 신원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성철 회장, 박정빈 부회장 부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앞서 사기파산과 횡령으로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물의를 빚었던 신원의 박성철 회장, 박정빈 부회장 부자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실적 개선을 넘어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게 신원 측 설명이지만, 죄질이 좋지 않았던 만큼 세간의 싸늘한 시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ESG경영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편으론 박성철 회장의 지인을 사외이사에 앉히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신원, 나란히 구속됐던 박성철-박정빈 부자 사내이사 선임 추진

중견 의류업체 신원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중 단연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박성철 회장과 박정빈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신원은 박정주 대표이사와 최완영 관리부문장(CFO)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물론, 기존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던 박성철 회장과 박정빈 부회장, 김태형 부사장 등을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추진하고 나섰다. 박성철 회장은 7년여만의 사내이사 복귀, 박정빈 부회장은 첫 사내이사 선임이다. 오너경영인의 이사회 복귀이자, 2세 경영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원 측 관계자는 “당사는 매출과 손익 등이 꾸준히 실적개선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실적 개선을 넘어 지속적인 회사 성장을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두 분의 사내이사 편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성철 회장은 2015년 7월 이른바 ‘사기파산’과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돼 큰 충격을 안겼다. 2008년 개인파산, 2011년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2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워크아웃을 졸업한 신원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혐의도 포함됐다.

당시 자숙의 뜻을 밝히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은 그는 재판 과정에서 거듭 나쁜 죄질을 지적받았으며, 2017년 8월 징역 4년 벌금 30억원의 처벌이 최종 확정됐다. 이후 박성철 회장은 2018년 9월 가석방으로 출소했으며, 곧장 미등기임원으로 신원에 복귀한 바 있다.

박성철 회장의 차남인 박정빈 부회장 역시 부친과 같은 시기에 회삿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5년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이후 그는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으나 2016년 5월 2심에서 또 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그해 10월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박정빈 부회장은 경영 복귀 과정에서도 씁쓸한 잡음을 남겼다. 2018년 4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박정빈 부회장은 3개월 뒤 신원으로 복귀하면서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이며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신원 가족에게 고통을 줬다. 잃어버린 5년을 반드시 찾겠다. 서두르진 않겠지만 절대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으며 저부터 환골탈태 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급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과거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두 사람의 사내이사 선임이 추진되고 있는 신원은 ESG경영을 강화하는 움직임 속에 사외이사 후보자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 신원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ESG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도 상정해 놓은 상태다. 이사의 수를 늘리는 한편,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 평가위원회, 내부거래 심의위원회, ESG위원회 등 이사회 내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독립성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신길1동 새마을금고 감사를 맡고 있는 유충규 씨를 후보자로 상정했는데, 그는 박성철 회장과 같은 교회의 명예장로다. 박성철 회장 역시 같은 교회에서 원로 장로로 있다. 박성철 회장은 과거 재판과정에서 빼돌린 자금을 주로 교회를 짓는데 사용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유명한 기독교 기업가다.

이에 대해 신원 측은 “유충규 사외이사 후보자는 오랜 기간 금융기관 이사 및 감사로 재직하며 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경영 투명성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외이사로써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췄고, 다양한 업무 경험에 따라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외이사로서 경영 투명성 확보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독립성이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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