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기업인 엘칸토가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장 교체를 통해 돌파구 찾기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제화기업인 엘칸토가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엘칸토는 작년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 CI(기업이미지)를 교체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엘칸토는 수장 교체를 통해 돌파구 찾기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영업적자폭 늘어난 엘칸토… 정낙균 전 대표 ‘깜짝 사퇴’

제화업계에 따르면 엘칸토는 이달 중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 발표할 예정이다. 2020년 8월부터 1년 6개월간 회사를 끌어왔던 정낙균 전 대표는 지난 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시 대표이사로 SKS프라이빗에쿼티(PE)의 이동영 이사가 선임됐다. SKS프라이빗에쿼티(PE)는 엘칸토의 대주주사 중 한 곳이다. 

갑작스런 대표이사 교체는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엘칸토는 지난해 2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10억원) 대비 악화된 실적이다. 작년 매출액은 690억원, 순손실은 23억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5.94% 늘었지만 손실 규모는 크게 불어났다. 이로써 엘칸토는 2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2년간의 실적 부진엔 코로나19 악재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제화업계는 내수부진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중고를 맞았다. 최근 물러난 정 전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구원투수 격으로 투입된 인사였다. 정 전 대표는 SK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장을 거쳐 11번가와 에비뉴11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사다. 

엘칸토는 이커머스 전문가로 통하는 정 전 대표 영입을 계기로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를 꾀했다. 이후 △옴니채널 활성화 △브랜드 라인업 정비 △신규 광고모델 기용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온·오프 통합 타겟 마케팅 강화 △CI 변경 등의 시도를 했다. 엘칸토는 ‘역주행 열풍’을 일으킨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엘칸토 측은 이러한 노력으로 작년 상반기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05%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단순 신발제조회사가 아니라 신발산업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플랫폼 회사로 가기 위해 대대적으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한 것이 실적으로 나타났다”며 “온·오프 유통 경계를 허물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자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주주 측이 수장 교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까지 신임 대표이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엘칸토 관계자는 “후임 대표이사와 관련해 자세히 알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중견 여성복 사업부장 출신이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 신임 대표가 짊어질 ‘실적 개선’ 과제

엘칸토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어 등과 함께 3대 제화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1957년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미진양화’를 모태로 하는 엘칸토는 60년이 훌쩍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970년대 경 엘칸토는 현재의 사명으로 간판을 변경한 후, 국내 제화시장을 선도해왔다. 1990년대까지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1990년엔 여성복 패션브랜드인 ‘까슈’를 출범시켜 패션업체로의 사업다각화를 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1997년 부도 처리됐던 뼈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이후 부활해 사업을 재개했으나 2000년대 중반 법정관리를 들어가면서 다시 부침을 겪었다. 

엘칸토의 대주주는 최근 십 수 년간 3차례나 교체됐다. 현재의 최대주주는 지분 89%를 보유한 ‘케이프에스케이에스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다. 해당 회사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와 케이프투자증권PE가 2017년 엘칸토 인수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통상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 후 5년 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한다. 올해는 사모펀드 대주주가 엘칸토를 인수한 지 5년째를 맞이하는 해다. 대주주 측은 2019년 DB금융투자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엘칸토의 IPO를 추진했다가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선 대주주가 올해 강하게 실적 개선을 추진해 투자금 회수 여건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새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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